대선열기가 한껏 달아오른 16일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약속이나 한듯이 '하이닉스반도체에 대한 입장'을 내놓았다. 한나라당은 성명에서 "하이닉스의 부실은 빅딜정책 실패,금융감독 부실,대주주의 부실경영에 근본 책임이 있다"며 "감자추진시 부실경영에 책임이 없는 소액주주를 대주주와 동등하게 취급하는 건 불합리하다"고 밝혔다. 따라서 "감자 결정권을 갖고 있는 정부와 채권은행은 소액주주의 의견을 반영해 차등감자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도 감자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으나 "채권단과 노조 소액주주 등의 충분한 협의를 통해 관련 이해당사자들이 모두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오전 내내 약세를 면치 못하던 하이닉스 주가는 순식간에 가격제한폭까지 올랐다. 채권단의 21 대 1 균등감자 추진에 곤두박질 치던 주가가 정치권의 '차등감자'공약에 반색한 것은 당연했다. 이같은 정치권의 '차등 감자'공약은 채권단의 하이닉스 처리에 변수로 작용하게 됐다. 이에 대해 채권단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채권단 관계자는 "현재 하이닉스의 대주주인 채권은행들은 경영책임을 져야 할 대상이 아니라 소액주주와 같은 피해자"라며 "채권단과 소액주주간 차등감자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대선 막판에 정치권이 소액주주들의 표를 의식해 선심성 공약을 내놓은 것"이라며 "정치논리로 하이닉스 문제를 처리해선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하이닉스 처리에 정치권이 개입한 것은 사실 채권단 스스로 자초한 측면이 크다.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은 하이닉스의 균등감자 후 출자전환 등 구조조정 방안을 일찌감치 만들어 놓고도 대선을 의식해 최종 결정을 미뤄왔다. 채권단내에서조차 "대선을 넘기면 구조조정안의 틀이 왜곡될 수 있으니 빨리 처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으나 번번이 무시됐다. 주채권은행이 정치권의 눈치만 살피다 결국 발목이 잡힌 꼴이 된 셈이다. 대선 이후 채권단이 과연 하이닉스를 어떻게 처리할지 두고 볼 일이다. 차병석 경제부 금융팀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