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역 한 초등학교의 여학생들이 '미군의 무죄평결 무효화와 주둔군지위협정(SOFA) 개정, 재판권 이양' 등을 촉구하는 혈서를써 경찰에 제출한 사건이 뒤늦게 알려졌다. 9일 대구 남부경찰서에 따르면 대구시 남구 이천동 대봉초등학교 6학년에 재학중인 김혜인(12), 김수연(12), 이유나(12)양 등 3명이 '여중생 압사사건의 재판 재실시'를 요구하는 혈서를 써 관할 이천파출소에 지난 5일 제출했다. 이들이 경찰에 낸 혈서는 공책을 찢은 16절지 크기의 종이에 일반 필기구로 '재판권 이양' 등을 촉구하는 호소문을 쓰고 아래 위로 '미국은 XX, 우리는 하나다. 대한민국재판을 다시 하라'는 내용의 글을 학생들이 10-20여자씩 나눠 썼다. 학생들은 혈서를 쓰기 전 여중생 압사사건과 관련해 전국적으로 미국을 비난하는 여론이 퍼지면서 '미래의 주인'인 자신들이 SOFA 개정을 앞당기는 데 힘을 보태야한다는 생각에 뜻을 같이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지난 5일 점심시간에 학우들이 없는 조용한 곳에서 손가락을 핀으로 찔러 미리 준비한 호소문 위.아래 부분에 자신들의 뜻을 구체화했다. 호소문에서 학생들은 '사람을 죽여놓고도 반성할 줄 모르는 미국과 미군'을 비난했고 비명에 숨진 효순.미선양이 다음 생애에서는 '힘(?)있는 나라'에 태어나 억울한 죽음을 당하지 않기를 바란다며 명복을 빌었다. 또 어른들이 '무죄평결 무효' 등을 요구하며 삭발을 하고 추운 날씨에도 촛불을들고 시위를 벌이는 데도 어린이인 탓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들의 처지에 대한한탄과 함께 미국인들이 반성하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희망하는 마음으로 혈서를 쓴다고 호소문에 덧붙였다. 호소문 마지막 부분에도 유나양 등은 자신들의 신분을 '미국 장갑차를 비판하는학생', '미국을 비판하는 학생' 등으로 표시하며 미국에 대한 반감을 끝까지 고수해이번 혈서가 단순한 초등학생들의 치기(稚氣)가 아닌 것을 강조했다. 혜인양은 "여중생 압사 및 무죄 평결과 관련해 전국적으로 미국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것을 언론과 인터넷 등을 통해 보고 우리도 뭔가를 해야한다고 생각돼 혈서를 쓰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이들이 재학하고 있는 대구 대봉초등학교는 미군부대 캠프헨리 주변에 위치하고 있으며 이들은 모두 학교생활을 지극히 모범적으로 해왔다고 학교측은 전했다. 대봉초교 관계자는 "철없는 어린이들의 행동이라 뭐라 말하기 곤란하지만 판단력이 비교적 떨어지는 초등학생도 미국에 대해 좋지 않게 생각하는 만큼 우리민족의뜻이 빨리 하루빨리 미국 정부에 받아들여져 비슷한 일이 재발하는 일이 없었으면한다"고 말했다. (대구=연합뉴스) 이강일기자 leek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