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중앙기술원 박호진 원장(53·이학박사)은 아이디어맨이다. 복도에서 마주친 연구원에게 "이것 어때?"라며 즉석에서 연구지시를 내린다. 이제껏 듣도보도 못한 게 대부분이다. "연구원장이라고 책상에만 앉아 있어선 안됩니다.연구원들과 호흡이 중요하지요.그래서 머리를 쉬지 않고 움직입니다.순간적인 아이디어가 생기면 모아뒀다가 연구원에게 줍니다." 박 원장은 액티브하다. 테니스 골프 배구 핸드볼 등 못하는 운동이 없을 정도다. 일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못하는 일은 아무도 못한다"는 각오로 코오롱기술원을 화학·합섬소재 분야 세계 최고 연구소로 키우기 위해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박 원장은 서울대 화학과(66학번) 졸업 후 첫 직장으로 코오롱을 택했다. 이후 30년 넘게 코오롱연구소를 지켜왔다. "선친이 월북했다는 이유로 연좌제에 걸려 유학도 고시도 포기했습니다.그러나 지내온 길을 후회해본 적은 없습니다.코오롱이 화학산업에서 세계적인 연구력을 갖추는 데 일조했다고 자부합니다." 박 원장은 입사하자마자 기술개발부에 소속되면서 연구개발에 몰두,실력을 인정받았다. 덕택에 회사지원을 받아 석·박사과정을 마쳤다. 그는 고기능성 PBT수지를 국내 최초로 개발하고 세계 최초로 인계 반응형 난연제 응용제품도 내놨다. "유기합섬과 고분자합섬 분야에서는 코오롱의 인적자원과 기술력이 세계 최고"라고 설명한다. 박 원장은 기술원 내에 사업개발실을 신설,국내 연구소 가운데서는 그동안 없었던 모델을 만들어내는 데 온힘을 쏟고있다. "사업개발실은 기초 연구단계에서부터 사업화단계까지 관리합니다.연구원은 이 모든 과정에 참여해 사업화를 책임집니다." 그는 "'연구원은 연구만 하면 된다'는 기존 관념을 깨뜨려야 한다"며 "이른바 4세대 R&D(연구개발)의 전형으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이 시스템은 연구단계에서부터 시장이 원하는 제품을 개발하고 시장에 빨리 진입하며 고객에 신속 대응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21세기 유망분야인 화학·생명공학,전자정보재료,환경·의료 등 3대 전략 부문을 집중 공략해나가겠다"고 밝혔다. 글=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