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루사'의 영향으로 벼의 품질이 크게 떨어져 추곡수매에서 좋은 등급을 받지 못하자 애써 수확한 농민들이 이중고를 겪고 있다. 7일 강릉 등 강원도 동해안 농민들에 따르면 침수 등 태풍 피해를 견뎌내고 수확한 벼의 품질이 크게 하락, 지난 1일부터 시작된 논에서 별도의 건조과정없이 수확과 동시에 수매하는 산물벼 수매에서 좋은 등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 2천336t의 산물벼를 수매하는 고성군의 경우 지금까지 69t을 수매한 결과 1등급이 42t으로 전체의 60.9%에 불과해 95%에 달했던 작년과 비교할 때 1등급 비율이 34%나 떨어졌다. 반면에 2등급은 지난해 전체의 5%에서 올해는 39%로 크게 높아졌다. 전체 수매량의 47.5%인 1천860t의 산물벼를 수매하는 강릉시도 지금까지 수매결과 74%만 1등급 판정을 받은 것으로 나타나 90%를 훨씬 상회하던 작년보다 크게 낮아졌다. 그러나 이는 대부분 침수피해가 상대적으로 덜한 사천면 지역쪽이어서 앞으로 실시될 장현 및 동막저수지 붕괴에 따라 침수 피해가 엄청났던 월호평동 등의 지역에서는 1등급 비율이 더욱 낮아질 것으로 우려된다. 다른 지역에 비해 5일 늦게 산물벼 수매가 시작된 삼척시도 25.6%인 600t을 수매하고 있지만 작년보다 벼의 품질이 훨씬 떨어져 농민들이 애를 태우고 있다. 1등급과 2등급 산물벼 수매가격은 40㎏기준으로 2천680원의 차이에 불과하지만 농작물 대부분이 수해를 봐 현금마련이 쉽지 않은 수해지역 농민들에게는 적지 않은돈이다. 이는 수해지역 벼 대부분이 흙탕물에 오랫동안 침수, 벼에 흙이 묻어 제대로 여물지 않은데다 태풍이후에도 날씨가 크게 좋지 않아 쭉정이가 많기 생겼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강릉시 관계자는 "산물벼는 그래도 피해를 덜 본 곳에서 대부분 실시됐지만 11월부터 시작되는 포대수매는 벼의 품질이 더 좋지 않을 것"이라며 "건조 등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릉=연합뉴스) 유형재 기자 yoo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