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美 조달시장 진출하려면 .. 吳盈敎 < KOTRA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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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우리나라는 전체 수출액의 20%인 3백12억달러를 미국에 수출했다.
미국 어느 도시의 거리를 가봐도 우리 제품이 진출하지 않은 곳은 없다.
그런데도 미국에서 유독 우리 기업이나 브랜드가 성가를 발휘하지 못하는 '특별한 시장'이 있다.
바로 미국의 정부조달시장이다.
미 연방정부의 2001년도 조달금액은 3천억달러를 웃돈다.
여기에 50여개의 주정부 구매를 합칠 경우 5천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세계 11위 국가의 GDP에 해당하는 수치다.
또 최근에는 카운티나 시 등의 구매도 공개입찰로 하고 있어 그 규모는 계속 증가추세다.
하지만 우리 기업의 수주실적은 미 연방 조달시장의 0.2%에 그치고 있다.
여기에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그 동안 미국의 정부조달시장은 '바이 아메리카(Buy America)' 정책으로 문호가 닫혀 있었다.
그러다 WTO 협정이 국내 입법으로 발효되기 시작한 최근에 와서야 대외에 개방됐기 때문에 우리 기업이 본격적으로 진출할 시간적 여유가 많지 않았다.
또 미국 정부의 조달규정이 너무 복잡한 것도 한 요인이다.
미국 연방구매의 기본 가이드라인인 연방구매규정만 해도 2천3백여쪽이 넘는다.
여기에다 조달청 중소기업청 국방부 등 각 조달 주체마다 그에 못지 않게 많은 부속 규정을 두고 있다.
일반상품시장에 익숙한 우리 기업들이 이렇게 복잡한 규정들을 숙지하고 현지 조달시장의 동향에 기민하게 대응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게다가 미국의 조달시장은 현지 인적 네트워크가 구비되지 않으면 안된다.
실제로 워싱턴의 정부조달업체들은 국방부 조달청 등에서 고위공직 혹은 조달담당 경력자들을 주로 채용한다.
이들은 자신이 활동했던 부서의 구매 주기, 수요 및 의사결정 과정을 잘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현직 조달담당관들과도 친분을 갖고 있다.
태평양 건너에 있는 우리 업체들이 이런 연결고리를 찾아내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미국의 조달시장은 최근 '단품목 구매'에서 서비스가 포함된 '복합구매'로 바뀌고 있다.
예컨대 정부는 과거 복사기 종이 토너 부속품 등을 따로 구매했지만, 최근에는 종이 토너뿐만 아니라 복사기 유지보수 서비스까지 한꺼번에 구매한다.
이렇게 되면 각 품목을 구입할 때마다 밟아야 하는 복잡한 행정절차를 크게 줄임으로써 행정업무 효율이 높아진다.
이처럼 미 정부조달시장은 쉽게 들어갈 수 없지만, 그렇다고 난공불락은 아니다.
누구에게나 공개돼 있는 투명한 시장이기 때문이다.
우리 기업들이 이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두 가지가 중요하다.
첫째, 미국 정부와 납품계약을 갖고 있는 정부조달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진출하는 것이다.
미 정부와 직접 납품계약을 체결하는 기업(프라임콘트랙터)에 대한 물품 및 서비스 공급채널을 구축하는 것을 말한다.
일반상품시장에서 백화점 바이어와의 납품 계약에 의해 백화점에 진출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간접적으로나마 조달시장의 동향을 감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 경험자체가 나중에 미 정부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는 토대가 된다는 점에서 이 방법을 주목할 만하다.
둘째, 재미교포들을 통하는 방법이다.
미 연방 및 주정부는 소수계 민족이 미국사회에 정착하는 것을 돕기 위해 정부조달과 관련해 일정한 특전을 주고 있다.
실제로 연방정부는 총 구매액의 25%를 소수계 민족 기업들로부터 구매하도록 가이드라인을 설정해 놓고, 소수계 기업의 제시 가격에 대해서는 대기업 또는 백인계 기업에 비해 10% 이상 우대한다.
따라서 재미교포들의 이 같은 지위를 전략적으로 이용하면 우리 기업의 미 정부조달시장 접근이 보다 쉬워질 수 있다.
슘페터는 '기업의 혁신이 사회와 국가발전의 근간이며,신 시장 개척이 바로 혁신의 한 요소'라고 했다.
아직도 우리에게 미개척으로 남아 있는 미 정부 조달시장은 새로운 시장을 찾는 우리 기업들에 '오아시스'가 될 것이다.
< ykoh@kotra.or.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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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