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대표팀의 선전으로 거스 히딩크 감독의 인기가 치솟으면서 '하멜 표류기'를 썼던 같은 네덜란드인 하멜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19일 전남 강진군에 따르면 강진에서 하멜이 억류생활을 했던 사실을 기념해 지난 98년 하멜의 고향인 네덜란드 호르큼 시와 자매결연하고 하멜 기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네덜란드인 히딩크와 하멜은 한국을 해외에 알렸다는 점에서는 비슷하지만 한국에서의 삶은 극명하게 대비된다. 히딩크는 축구팀의 선전으로 포상금과 광고수익 등 돈방석에 앉은 데다 귀화시키자는 의견이 빗발치고 명예국적을 주는 방안도 추진되는 등 그야말로 한국의 영웅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하멜은 '하멜표류기'로 조선을 서방에 알렸지만 그는 '영원한 이방인'이었다. 1653년 8월 동인도회사 선원으로 일본으로 가던 중 풍랑을 만나 제주도에 닿은 그는 1657년 전라좌수영에 배치돼 전남 강진군 병영면 성동리에서 7년 동안 잡역을하다가 일본으로 탈출했다. 하지만 최근 '히딩크 신드롬'에 힘입어 하멜에 대한 관심이 되살아 나고 있다. 지난 18일 8강 진출이 확정된 뒤 강진군 홈페이지에는 '히딩크를 강진에 초청하라'는 등 하멜과 히딩크를 연결시키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강진군은 하멜이 살았던 성동리 은행나무 옆에 '하멜박물관'과 기념비를 건립키로 하고 예산 확보에 나섰다. 군은 박물관을 지은 뒤 호르큼시에서 기증한 동상과 당시 하멜의 무역선에 싣고 있던 대포, 하멜이 서양에 소개했던 조선 나막신 모형 등을 전시할 계획이다. (강진=연합뉴스) 김재선 기자 kj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