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총선 1차 투표는 극우파가 돌풍을 일으켰던 지난 4-5월의 대선 이후 한달여만에 실시되는 것으로 이번에 또 다시 극우바람이 불 것인지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돼 있다. 그러나 정작 국내에서는 대선 1차투표 때와 마찬가지로 선거 쟁점 결여, 좌우파간의 치열한 선거운동 부재, 예선 대결과 유사한 1차투표의 특성 등으로 인해 유권자로부터 큰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반면 이번 총선은 지난 80-90년대 대체로 좌파가 지배했던 프랑스의 향후 5년의 정치 향방을 결정하게 되며 9일 실시되는 1차투표는 오는 16일로 예정된 2차투표의 전초전이라고 할 수 있다. ▲좌우동거(코아비타시옹) 여부 : 자크 시라크 대통령은 중도 우파인 '대통령 여당연합'(UMP) 소속이다. UMP가 과반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고 사회당 등 중도좌파가 승리하면 대통령 소속 정당과 의회를 지배하는 정당이 달라지는 이른바 좌우동거가 또 다시 출현하게 된다. 좌우동거 정부는 대통령과 내각을 대립시켜 국가 통치와 정치의 비효율을 초래하는 구조로 비판받고 있다. 현재로서는 우파가 승리할 것으로 예상돼 좌우동거 가능성은 적어보인다. 그러나 대통령에게 권력을 몰아주기 싫어하는 유권자 성향과 좌파 유권자들의 사회당 지지가 결합될 경우 좌파가 돌풍을 일으킬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우파 승리 : 여론조사결과 중도 우파인 UMP가 총 577개 의석 중 300석 이상을 차지해 압도적으로 승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프랑스의 총선은 1, 2차로 나눠 실시되고 1차 선거 결과에 따라 2차 선거의 판세가 당초 예상과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여론조사로 선거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좌파 참패 여부 : 지금까지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집권당인 사회당을 비롯해 공산당, 녹색당 등 좌파 연합은 140-250석을 얻을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직전의회에서 좌파가 314석을 차지했던 것과 비교할 때 최악의 경우 170여석을 잃게 되는 것이다. 특히 좌파가 대선 전까지만 해도 재집권을 자신했던 것을 감안하면 모욕에 가까운 패배라고 할 수 있다. 좌파는 리오넬 조스팽 전총리의 대선패배와 이에따른 전격적인 정계은퇴 이후 지도력 부재, 정체성 상실, 선거전략 부재 등의 위기를 겪고 있다. ▲극우파 부상 : 극우파는 장-마리 르펜(FN) 당수가 대선 1차 투표에서 조스팽 전총리를 꺾은 이후 총선에서 다시한번 세를 과시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극우파는 이번에 15% 내외의 지지를 얻어 대선 때와 유사한 득표율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르펜 당수는 이같은 지지를 바탕으로 전체 선거구의 과반을 훨씬 넘는 300개 선거구에서 극우파 후보가 2차 투표에 진출할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그러나 극우파가 2차 투표에서 좌파 혹은 우파 후보와 맞대결을 벌여 승리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실제 의원 당선자는 0-4명에 불과하다. 극우 후보 300명 이상이 2차 투표에 진출하면 그것만으로도 프랑스 국내와 국제사회가 다시 한 번 충격을 금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투표율 : 극우파가 대선에서 돌풍을 일으킨 후 프랑스 유권자 150만명이 전국적으로 반극우 시위를 벌였다. 그러나 시라크 대통령이 압도적인 지지율로 당선되자 열기는 급속히 냉각돼 유권자들의 선거 무관심이 재현되고 있다. 좌우파 정치권은 치안, 범죄예방, 이민 외에 정치쟁점 부재로 눈에 띄는 선거운동을 펼치지 못했으며 이는 가뜩이나 낮은 유권자들의 선거 관심도를 더 떨어뜨렸다. 투표율은 프랑스 국민의 정치 성향을 가늠하는 잣대이자 향후 정치판도 결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주목거리가 되고 있다. (파리=연합뉴스) 현경숙특파원 k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