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국민이 월드컵 본선 첫승의 감격에 들떠 있던 지난 5일 경기도 용인의 삼성 연수원.인재들을 어떻게 확보하고 키울 것이냐는 주제로 열린 삼성 계열사 사장단 워크숍 분위기는 가볍지 않았다.


이날 오후 3시부터 워크숍에 참석한 이건희 삼성 회장은 "전국민이 축배를 들어야 하는 날에 이런 모임을 갖는 것은 미래를 대비하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이라며 "나는 전율과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에는 거의 우수인재 확보와 양성에 관한 생각만 하고 있다.


이는 기업생존과 관련된 문제다"라는 말도 했다.


삼성전자가 사상최대에 버금가는 1.4분기 실적을 발표하던 날 전자 사장단들에게 자만하지 말고 미래에 대비할 것을 주문했던 이 회장.이번에는 월드컵 첫 승 직후 들뜬 분위기에 아랑곳하지 않고 위기의식과 인재확보를 강조했다.


폴란드에 이긴 직후 "방심은 금물이다.차분히 다음 경기를 준비해야 할 것"이라던 히딩크의 리더십과도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이번 월드컵경기를 보면 이 회장의 위기의식은 결코 지나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우승후보인 프랑스와 포르투갈은 자신들의 과거 전적만 믿고 있다가 각각 신예 세네갈과 미국에 덜미를 잡혔다.


현재 반도체나 휴대폰 등 지금 잘나가는 사업만 믿다가는 언제든지 추락할 수 있다는 지적을 뒷받침하는 사례다.


이 회장이 주장한 국적불문의 세계적인 인재확보가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는 바로 히딩크 감독의 영입이다.


말하자면 "축구계의 히딩크 같은 세계적인 인물을 과감하게 영입하라"는 주문인 것이다.


이미 세계 축구계에서는 "일류감독 모셔오기"가 한 두 나라만의 얘기가 아니다.


일본과 중국은 물론 콧대높은 축구종주국 잉글랜드마저 자존심을 꺾고 외국인 감독을 초빙했다.


이에 비하면 오히려 국내 기업들의 국적을 불문한 핵심인재확보노력은 뒤떨어진 감이 있다.


우수인재를 확보해 불투명한 미래에 대비하라는 이 회장의 말과 최근의 월드컵경기 속에서 글로벌 기업의 나아갈 바를 엿볼 수 있을 것같다.


김성택 산업부 대기업팀 기자 idnt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