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파키스탄간 전면 무력충돌을 막기위한 국제사회의 중재가 본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양국은 22일에도 국경 부근에 대규모 병력을 집결시켜 승전의지를 다지면서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한 결전태세를 정비했다. 아탈 비하리 바지파이 인도총리는 이날 분쟁지역인 카슈미르를 방문해 테러리즘에 맞서 결전을 벌일 준비가 돼 있으며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인도해군도 유도 미사일 구축함을 비롯해 5척의 군함을 파키스탄 부근 해역에 급파했다. 파키스탄은 인도군이 공격해올 경우 반드시 격퇴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그러나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대화를 포함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양측에 자제를 거듭 촉구하는 한편 분쟁을 해소할 특별 제의를 양국에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3차례에 걸쳐 전쟁을 벌인 바 있는 양국은 핵무기 보유국이며 지난주파키스탄에 근거를 둔 이슬람 무장조직의 공격으로 인도측에서 민간인 등 모두 35명이 숨진뒤 인도가 뉴델리 주재 파키스탄 대사를 추방하면서 긴장이 급고조됐다. 지난주 공격 이후 6일째 계속된 인도군과 파키스탄 소재 이슬람 무장조직과의전투로 파키스탄에서만 18명이 숨지는 등 사상자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 분석가들은 미군 병력이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에 주둔하고 있고 미국이 긴장완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어 전쟁이 임박하지는 않은 것으로 내다보고있다. ◇인도 결전태세 돌입= 바지파이 인도 총리는 파키스탄과의 분쟁지역인 카슈미르 지방을 방문해 "이제 테러리즘과 단호하게 싸울 때가 됐다"면서 "전쟁에서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인도군 병력이 파키스탄에 근거를 두고 있는 이슬람 무장조직과 치열한 포격전을 벌이고 있는 북부 카슈미르의 쿠브와라 지역을 방문해 이같이 말했다. 바지파이 총리는 최근 이슬람 민병대의 공격으로 부상한 민간인들이 입원해 있는 병원을 방문한 지 하루 뒤인 이날 인도군 병력 600여명에게 연설을 통해 "우리는우리 자신의 전쟁을 치러야 한다"면서 "우리는 그럴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자신의 발언은 전쟁도 불사한다는 뜻임을 파키스탄측이 깨달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파키스탄과 전세계가 이를 깨닫든 말든 우리는 승리의 새 역사를쓸 것"이라고 밝혔다. 인도군은 이날 국경지역에 3천명의 지상병력을 증파한데 이어 벵골만의 동부사령부 소속 군함 5척을 파키스탄 해역에 근접한 서부 사령부 관할 해역으로 파견했다고 밝혔다. 조지 페르난데스 국방장관은 인도군이 임전태세를 확립했다고 밝혔다. 카슈미르주둔군 사령관인 V.G. 파탄카르 대장도 바지파이 총리의 국경 순시로 병사들의 사기가 충천해 있으며 "우리는 전쟁에서 죽을 각오가 돼 있다"고 말했다. 초킬라 아이예르 외무장관은 "어느 누구도 전쟁 발발 가능성을 간과해선 안된다"며 파키스탄은 인도의 경고를 가볍게 받아들여선 안된다고 경고했다. ◇파키스탄측 대응 = 파키스탄은 인도군이 공격해온다면 싸울 태세가 돼 있지만분쟁을 해소하기 위해 대화를 포함해 가능한 모든 방법들을 동원하겠다고 밝혔다. 파키스탄 정부는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 주재로 안보내각이 소집된뒤 발표된성명에서 대화의지를 재확인하고 테러기반을 척결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압둘 사타르 외무장관은 기자회견에서 "파키스탄은 남아시아에서 긴장을 해소하고 평화를 보존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조치들을 취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파키스탄이 국제테러와의 싸움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왔다며 인도측의 테러 지원 혐의를 부인했다. 사타르 장관은 카슈미르 지역의 긴장상황을 점검할 국제 옵서버 파견을 수용한다고 거듭 밝혔다. 아지즈 아흐메드 칸 외무부 대변인도 "파키스탄은 평화를 원한다"면서 "파키스탄은 지역 긴장이 완화되기를 바라지만 군병력과 국민은 그들이 받는 어떤 침략에도맞써 싸울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파키스탄 정부 성명은 "파키스탄의 어떤 조직도 카슈미르의 이름으로 테러를 저지르도록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파키스탄은 잠무와 카슈미르 주민들의 자결권의 실현을 위해 벌이는 투쟁을 합법화하기 위한 도덕적, 정치적, 외교적지원을 계속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영 중재노력= 미국은 인도-파키스탄간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특별 제의를양측에 전달했다고 미 정부 고위 관리가 밝혔다. 이 관리는 "현단계에서 우리가 할수있는 노력은 긴장을 완화하고 전쟁을 방지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이들이 동시에 긴장을 해소할수 있는 방안을 갖고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긴장 완화에 도움이 될 다양한 방안들을 당사국들과 협의했다"고말했으나 구체적 방안을 공개하진 않았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유럽 순방 채비를 갖추고 있는 가운데 콜린 파월 국무장관은 잭 스트로 영국 외무장관과 전화통화를 갖고 분쟁해소 방안을 논의했다. 파월 장관은 리처드 아미티지 부장관을 양국에 파견, 대화 중재를 모색토록 할것이라고 국무부 관리들이 밝혔다. 영국 정부는 파키스탄 주재 외교관들을 일부 소환하고 영국 외교공관에 대한 테러위협에 대비해 자국민들에게 인도,파키스탄 여행을 자제해주도록 촉구했다. 토니 블레어 총리는 파키스탄측에 카슈미르 지역에서 테러리스트 지원을 중단하도록 촉구하고 "이는 매우 심각하고 중대한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양국 병력 배치 = 양국은 현재 국경에 모두 100만명의 병력을 집결시키고 있으며 이것은 지난 1971년 마지막 전쟁이 발생한 이후 최대의 병력 증강이다. 양국은 1948년과 1965년에도 카슈미르를 둘러싸고 전쟁을 벌인 바 있다. 인도해군은 22일 군함 5척을 파키스탄과 인접한 아라비아해로 이동시켰다. 인도해군의 아훌 굽타 대변인은 "우리는 동부함대의 군함 5척을 서부해안에 교차 배치해 병력수준을 증강했다"고 말했으나 이같은 함대 이동의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뉴델리.이슬라마바드.워싱턴 AFP.AP=연합뉴스) barak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