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특사로 한달전(4.3-6) 방북했던 임동원(林東源) 외교안보통일특보의 평양회담 성과에 따라 파란불이 켜졌던 남북관계가 한달만에 빨간불로 바뀌고 있다. 경제협력추진위원회 북측 대표단은 6일 성명을 통해 최성홍(崔成泓) 외교통상부장관의 방미 발언을 문제 삼아 "남측 당국이 납득할만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눈앞에다가온 북남 경추위 제2차 회의가 열릴 수 없게 됐다"며 "남측 당국은 응당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북측은 임 특사의 방북을 마무리하면서 공동보도문에까지 표기한 북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남북관계 원상회복' 평가를 남측 당국이 깨고 있다는식의 논리를 내세웠다. `선군정치' 등을 내세우는 북한 내부의 복잡한 속사정이 최 장관에 대해 예상외의 강도높은 비난 발언으로 표출된 것으로 관측되지만 북측의 입장변화는 향후 남북관계 전반에 다시 먹구름으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된다. 정부 당국자는 "북측이 지난달 28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성명에 이어 6일 경추위 북측 대표단 성명을 통해 최장관의 방미 발언중 특정 내용에 유감을 표시하며 `책임'을 거론한 만큼 앞으로 남북관계에 차질이 빚어질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북측은 지난 2000년 장충식 전 대한적십자사 총재의 모 월간지 인터뷰와 홍순영(洪淳瑛) 장관급회담 남측 수석대표의 발언을 문제삼았을 때와같이 이번에도 최 장관의 발언을 걸고 당분간 경추위 2차회의 등에 응하지 않을 공산이 없지 않다. 이에 따라 △금강산댐 문제 △남북한 철도.도로 연결 △개성공단 건설 △쌀 30만t 지원 △경협 합의서 발효 등 경추위가 다루기로 한 각종 현안은 일단 `제자리걸음'에 머물 것으로 관측된다. 북측 경제시찰단의 5월중 방문, 내달 금강산 관광 활성화 회담 등 임 특사가 북측과 합의한 여타 사안 또한 이날 예고된 교착상태가 풀리지 않는 한 실현이 불투명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최장관의 일부 발언내용을 빌미로 한 북측의 다소 과도한 고집이 얼마나오래 갈 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분석된다. 최소한 내달로 예정된 금강산 관광 활성화 회담(6.11)까지는 어떤 형태로든 남북대화의 활로가 다시 터질 것이라는낙관도 나오고 있다. 북미대화 재개를 앞두고 있는 마당에 북측으로서도 남북대화를 무작정 외면할만큼 그렇게 시간이 많지 않은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서울=연합뉴스) 심규석기자 nksk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