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6년 러시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해 돌풍을 일으켰던 인기정치인 알렉산드르 레베드(52) 크라스노야르스크 주지사가 28일 헬기 추락사고로 입은 부상으로 사망했다고 러시아 언론들이 보도했다. 레베드는 이날 새벽 헬기가 추락하면서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후송된 뒤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았으나 곧 숨졌다고 RIA 노보스티 통신과 NTV가 전했다. 사고가 난 Mi-8 헬기는 레베드와 측근 5명 등 승객과 승무원 14명을 태우고 있었으며 세계 표준시로 새벽 2시15분(한국시간 오전 11시15분)께 크라스노야르스크주아바칸지역의 올스코예 호수 인근을 비행하던 중 시계불량으로 전선에 충돌한 뒤 추락한 것으로 노보스티 통신은 밝혔다. 레베드는 지방정부 간부들과 함께 예르마코브스코예 지역의 한 스키장 개장행사에 참석하러 가던 길이었다. 사고로 탑승자 대부분이 중상을 입었으나 레베드를 포함해 사상자가 몇명인지는확인되지 않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미하일 카시아노프 총리는 사고직후 레베드의유족과 다른 부상자 가족들에게 깊은 애도의 뜻을 전달했다고 인테르팍스 통신이 보도했다. 러시아 당국은 세르게이 쇼이구 비상대책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사고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조사반을 현장에 급파했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참전한 육군장성 출신인 레베드는 지난 96년 대선 1차투표에서 보리스 옐친 전 대통령과 겨뤄 3위를 차지하는 파란을 일으켰으며 이후 옐친의후계자 물망에 오르면서 러시아 정치를 이끌어갈 유력 정치인 가운데 한명으로 주목받았다. 레베드는 그러나 옐친의 몇몇 정책에 반기를 들면서 후계자 반열에서 밀려났으며 98년 크로스노야르스크 주지사 선거에서 당선된 뒤로는 중앙정치에서 한걸음 물러나 있었다. (모스크바 AFP.AP=연합뉴스)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