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13일 발표한 불공정거래 근절 종합대책은 조사.공시.회계감리 등 불공정거래와 관련된 전반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무자본 M&A, CRC(기업구조조정전문회사) 통한 기업인수 기획조사 = 금감원은 오는 4월께 무자본 또는 CRC를 통해 부실기업을 인수한 후 인수기업을 이용해 불공정거래를 한 행위에 대해 기획조사에 나설 예정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김모씨는 자금난으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K사에 대출알선 등을 이유로 접근한 후 D금고를 통해 시장에서 매수한 유가증권을 담보로 자금을융통한 후 이 주식을 담보로 다시 대출을 받아 주식을 매수하는 방법으로 경영권을인수했다. 김씨는 이 회사 기업어음 1천899억원을 발행해 횡령 및 불공정거래 자금으로 사용했으며 그후 K사는 부도처리됐다. 또 기업구조조정회사인 S인베스트먼트는 부실 상장기업인 P사와 D사의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구조조정전문회사 본래의 설립취지를 벗어나 이를 이용해 오히려 피인수회사의 주가를 조종함으로써 막대한 시세차익을 챙겼다. 금감원 조종연 조사1국장은 "한푼의 자본없이 금융을 이용해 부실기업을 인수,기업가치 제고와는 상관없이 시세를 조종해 부당이득을 챙긴 사례를 골라 조사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6개 테마군별 일제조사 착수 = 금감원은 이와 별도로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은 테마별로 종목을 선정, 일제조사에 착수했다. 금감원은 실권주 인수, M&A, 해외CB(전환사채)발행, 제3자배정 유상증자 등을 비롯한 6개 테마군을 선정하고 현재 10여개 내외의 관련기업에 대한 불공정거래 조사에 착수했다. 조종연 조사1국장은 "증권거래소와 증권업협회로부터 테마별로 불공정거래 의혹이 있는 종목들의 감리자료를 넘겨받고 있으며 일부 종목에 대해서는 조사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증권선물위원회에 새로 부여된 강제조사권을 활용할 수 있게 돼 조사가 이전보다 철저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증권사 조사보고제 도입 = 금감원은 시장감시를 통해 포착된 특정 창구의 이상매매징후에 대해선 해당 증권사에 사유서 등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해 불공정거래 소지를 미리 차단할 계획이다. 불공정거래 행위가 확인된 해당 증권사 점포에 대해선 최고 영업중단 조치를 취함으로써 증권사 스스로 내부통제를 통한 불공정거래 예방활동을 강화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또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해선 금전적 제재가 효율적이라고 보고 증권법학회와 연구용역을 진행중이다. 금감원은 불공정거래 행위자의 부당이득은 반드시 환수된다는 인식이 확산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분식회계 '기획감리'로 조사 강화 = 금감원은 올해부터 분식회계 가능성이 높은 특정 계정과목을 골라 가능한 많은 상장기업과 등록기업의 회계를 감리하는 기획감리를 벌이기로 했다. 이는 회계감리국의 인원이 한정돼 있는 까닭에 매년 약 5% 안팎의 상장.등록기업을 골라 벌이는 정상적인 회계감리의 경우 감리를 받지 않는 기업이 많기 때문이다. 금감원 정용선 회계감리국장은 "기획감리를 병행함으로써 감리대상 기업이 이전보다 크게 늘어난다"고 말했다. 특히 금감원은 금융복합상품의 이익 및 손실, 지분법 등 모호한 회계기준을 이용할 수 있는 계정과 계열사 및 해외 현지법인과의 거래 등이 분식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이들 계정에 대한 기획감리를 벌일 계획이다. 이와함께 금융기관 또는 거래처가 공인회계사에게 허위의 예금잔액 또는 거래내역을 통보할 경우 고의성을 인정해 회계분식 기업과 마찬가지로 외부감사방해죄를 적용, 고발조치하기로 했다. 또한 분식회계 기업에 대해선 상당기간 유가증권 발행을 제한하고 외부감사결과 적정의견을 받았더라도 사후에 중대한 회계분식이 적발될 경우 부적정의견과 의견거절을 받은 것으로 간주, 시장에서 퇴출되도록 관련 제도를 보완하기로 했다. ◆불성실공시 제재 강화 = 유가증권신고서에 대한 심사과정에서 허위기재나 기재누락 등이 발견되는 즉시발행절차를 중지하고 조사결과 혐의가 확정되면 장기간 자금조달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사업보고서 등 공시서류 심사는 신규 상장 또는 등록법인을 중심으로 심사대상을 선정해 집중 심사할 방침이다. 이와함께 금감원은 공평공시(Fair Disclosure) 원칙을 도입, 기업이 애널리스트 또는 기관투자가 등 특정인을 대상으로 회사의 중요정보를 제공한 경우에는 그 내용을 일반투자자에게도 즉시 공시하도록 의무화할 계획이다. 이밖에 해외CB 발행을 가장한 국내투자자의 CB 인수가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점을 감안해 해외에서 정식으로 신고서를 제출하거나 국내투자자에게 1년간 양도되지 않도록 한 경우에만 해외공모로 인정하기로 했다. (서울=연합뉴스) 황정우기자 jungw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