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으로 사망사고를 낸 뒤 구호조치없이 차를 몰고 귀가했더라도 심신상실에 이를 정도의 만취 상태라면 뺑소니로 볼 수 없다는 이례적 판결이 나왔다. 청주지법 어수용 판사는 23일 음주 사망사고를 낸 뒤 그대로 차를 몰아 특정범죄가중처벌법(뺑소니),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정 모(30.농업.청원군 강외면) 피고인에 대해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죄와 도로교통법 위반죄만을 적용, 징역 8월을 선고했다. 어 판사는 판결문을 통해 "만취 상태의 피고인이 술을 마실 당시 운전을 하게되면 사고를 일으킬 위험성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주취운전 중 사고를 내면피해자를 구호하지 않고 도주할 것이라는 점까지 인식하거나 예견을 하였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며 이 같이 판시했다. 어 판사는 또 "피고인이 소주 3병과 맥주 2병을 섞어 마신 점, 사고직후 앞 유리창이 깨진 상태에서 전혀 멈칫거리지 않고 운전을 하는 등 통상 사고를 인지한 운전자와는 다른 행태를 취한 점, 500여m 떨어진 집 앞 주차장에 차를 삐뚤게 주차한점, 경찰관이 90분이나 집 현관문을 두드린 뒤 그 사실을 인식할 정도로 잠이 들었거나 술에 취해 있었던 점 등으로 미뤄 심신상실 상태에서 교통사고를 내고 도주한것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 피고인은 지난해 7월 31일 오후 8시 40분께 청원군 강내면 모 할인마트 앞길에서 만취 상태(혈중 알코올 농도 0.343%)로 자신의 프라이드 승용차를 몰다 길을건너던 김 모(71.여)씨를 치어 숨지게 한 뒤 그대로 달아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청주=연합뉴스) 윤우용기자 ywy@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