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무차입 경영'에 나선다. 중소업체나 식음료 유통 등 현금순환이 빠른 업종의 기업을 제외하고 매년 수조원대의 투자비를 필요로 하는 대형 제조업체가 무차입 경영을 추진하기는 이 회사가 처음이다. 25일 삼성전자 기획팀이 작성한 '2002년 경영계획 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는 내년 경영목표를 무차입 경영으로 정하고 지난 9월 말 기준 5조1천억원인 차입금을 내년 말 1조4천억원까지 축소, 순차입금(차입금-현금보유액)을 제로 수준으로 낮추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이를 위해 우선 이달 말과 다음달에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5천억원을 포함, 올해 안에 갚아야 하는 1조6천억원의 차입금을 전액 현금 상환키로 했다. 이달로 예정됐던 5천억원 규모의 회사채 차환발행 계획도 보류, 연말까지 회사채를 발행하지 않기로 했다. 내년에는 투자도 신규 차입 없이 반도체 판매 등 영업을 통해 벌어들인 이익금 범위 내에서 집행키로 했다. 해외법인도 장기적으로는 물건을 팔아 번 돈만으로 회사를 운영하고 현지 금융기관에서 빌린 돈은 모두 갚도록 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이같은 무차입 경영이 가능토록 반도체와 디지털 가전, 정보통신 등 각 사업부문별 내년 매출과 이익목표를 정한 뒤 다음달 열리는 경영총괄회의에서 확정키로 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세계 톱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재무구조가 현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초우량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는 최고경영층의 판단에 따라 무차입 경영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회사 일각에서는 무차입 경영이 투자축소로 이어져 장기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돼 논란이 예상된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