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일본 총리가 15일 방한한 가운데 서울대 교수가 '서울대가 아직도 친일잔재를 곳곳에 간직하고 있다'며 비판하고 나섰다. 서울대 자연과학대 박창범(40.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제55회 서울대 개교기념일인 이날, 학보인 '대학신문'에 기고한 글을 통해 "서울대가 46년에 개교했음을 선언하고 민족의 대학, 세계의 대학을 자처해왔음에도 불구, 일제시대의 잔재를 뿌리치지 못하고 있다"고 정면으로 비판했다. 박교수는 서울대에 남아있는 대표적 일제잔재의 실례로 서울대 동창회 홈페이지에 1930년대의 경성제대가 '서울대'로 표기돼 있는 점이나 서울대가 현재 사용하고있는 대학 교표(敎表)가 일제시대 친일활동을 한 교수의 작품이라는 점을 들었다. 박교수는 "친일화가의 작품은 학교를 상징하는 교표로 남아있는 반면, 친일화가들을 언급했던 한 미대교수는 재임용에 탈락, 아직까지도 교정을 떠돌고 있다는 현실은 우리에게 시사해주는 바가 있다"고 질타했다. 박교수는 94년까지 경성제대 졸업생이 계속해서 동창회장을 맡아온 것을 일례로"지금도 경성제대 졸업생이 명예회장과 고문을 맡고 있다"며 "94년 서울대 동창회보에는 경성제대 일본인 동창회장이 쓴 경성제대 70주년 기념사가 실리기도 했다"고비판했다. 서울대가 현재 추진하고 있는 '학부제'의 '학부'라는 용어도 경성제대가 운용해온 법문학부, 이공학부, 의학부 등에서 고스란히 따온 것이라는 것. 박교수는 서울대가 아직도 갖고 있는 일제잔재의 원인으로 '1946년 개교'라는 서울대의 역사와 일제시대의 경성제대에 뿌리를 뒀다는 내면적 실상사이의 이중성을 꼽으면서 "이러한 상징의 변질은 출발과 지향의 변질을 뜻하는 것"이라며 "개교기념일에 애정을 갖고 교정을 둘러볼 날이 빨리 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송수경 기자 hanks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