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전문 케이블 방송 CNN이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미국의 테러 응징 공격을 단독 취재하게 돼 다른 기자들로부터 부러움을 사고 있다. 아프간 집권 탈레반은 미국의 대규모 공습을 앞두고 서방 언론인들에게 카불에서 철수할 것을 명령, 현재 미국의 주요 통신과 신문, 방송 특파원이 파키스탄 접경 페샤와르와 수도 이슬라마바드에 머물고 있다. 물론 각사가 파견한 특별취재단도 이슬라마바드 등 파키스탄 도시에서 대기하면서 아프간 입국비자만을 학수고대하고 있다. 취재진은 수백명에 달한다. 그러나 CNN의 닉 로버트슨 기자는 아프간 관리들을 설득해 동료 2명과 함께 카불 잔류가 허용됐다. 탈레반 관리들은 "우리가 당신들의 안전을 책임질 수 없다"는 단서를 붙인 것으로 전해졌다. 런던 CNN 부지사장인 로버트슨은 한달여전 이슬람교도들을 대상으로 기독교 선교활동을 한 혐의로 수감된 8명의 서방 구호단체 요원들을 취재하기 위해 카불에 있다가 지난 11일 미 테러참사 후 이곳에 머물며 휴대용 비디오폰으로 아프간 현지 표정을 생생하게 전하고 있다. 로버트슨의 탈레반 당국자들과의 협상이 자신의 생명을 담보로 한 무모한 행동이라는 지적도 있으나 어쨌든 CNN에겐 행운이 아닐 수 없다. CNN은 지난 91년 걸프전 공습 특종과 지난 11일의 뉴욕 세계무역센터 피랍기 자살충돌 장면 단독 촬영에 이어 또 한번의 카불 표정을 생생하게 전달할 기회를 얻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 AP 통신과 영국 로이터 TV 등 일부 서방 언론은 카불 주재 자사 특파원들이 탈레반 당국으로부터 어떠한 경고나 위협도 받지 않았다며 CNN 잔류 허용에 다소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미국의 주요 방송 기자들은 페샤와르 등 접경지역을 빈번히 왕래해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하고 있다. 한 기자는 CNN이 카불 촬영 필름을 타사와 공유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에 타 방송사들도 보도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귀띔했으나 심기는 불편해 보였다. CNN은 카불 취재물을 국내 언론사가 외국에 판매할 수 없도록 조건을 단 것으로알려졌다. (이슬라마바드=연합뉴스) 이기창 특파원 ik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