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인사 청동좌불 건립계획을 둘러싸고 해인사와 실상사 사이에 패인 감정의 골은 메워졌나. 좌불건립 논란 속에 해인사 선방수좌들이 일으킨 폭력사태의 파장을 끊고자 '피해자'측인 도법, 수경 스님 등 실상사측 승려들이 시작한 3주간의 참회단식기도가 오는 25일 끝난다. 조계종단 내에서는 그러나 참회단식 해제가 곧 해인사-실상사 사태의 종결을 뜻하는 것으로 보기는 힘들다는 지적이 없지 않다. 변수가 잠복한 탓이다. 무엇보다 조계종 총무원 호법부가 "하안거중인 수행자가 선방을 뛰어나와 폭력사태를 일으킨 데 대해 책임을 묻겠다"며 착수한 진상조사를 바라보는 해인사측의 시선이 곱지 않다. 해인사 주지 상좌인 한 승려는 최근 급파된 호법부 조사단의 활동에 격하게 항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일 선방 수좌들 명의로 사과문을 발표하기는 했지만 그 이상은 곤란하다는 시위인 셈이다. 실상사 승려들의 참회단식기도가 3주간 진행되고 있지만 해인사측의 '위로방문'이 한 차례도 없었던 점에서도 양측간의 앙금을 엿볼 수 있다. 총무원 고위 관계자는 "방장 스님이라도 한 차례 실상사를 방문해 단식기도중인 승려들을 위로하고 그간의 앙금을 풀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지적에 해인사 주지 세민 스님은 단식참회 해제 전에 실상사를 찾겠다는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미 '실기'(失機)했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 때문에 추후로는 해인사가 이번 사태를 야기한 근본 요인인 청동좌불 건립과 관련해 얼마만큼의 양보안을 내놓을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세계 최대로 짓겠다던 애초 계획에서 크게 후퇴하지 않고서는 피차간의 수고가 '도로아미타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연합뉴스) 신지홍 기자 sh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