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에서 반도체주가 경기논쟁 ''2라운드''를 맞아 다시 내렸다. 반도체주는 아래로 향하면서 나스닥지수를 한때 1,900 밑으로 떨어트렸다.

환율은 전날 외환당국의 막판 개입물량에 밀려 상승폭을 내놓기는 했지만 이틀 연속 상승했다. 역외선물환시장(NDF) 환율은 1,331/1,333원에 거래를 마쳤다. 환율 상승과 원유가격 상승이 물가에 부담을 주고 있다. 전날 원유가는 이틀째 상승세를 보였고 메모리반도체 가격은 닷새만에 소폭 하락했다.

17일 국내 증시는 이처럼 불리한 대내외 여건을 떠안았다. 종합지수가 다시 500을 경계로 한 하향 압력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전망이다. 정부가 지난주부터 본격적으로 투입되리라고 한 연기금 8,000억원은 장세를 주시하며 아직 시장에 발을 들여놓지 않고 있다.

전날 뉴욕증시 투자자들은 신중론에 귀를 기울여 지난주 기술주에서 거둔 차익을 실현했다. 전체적인 시장 분위기는 인텔, 텍사스 인스트루먼츠 등 실적발표를 앞두고 관망을 나타냈다. 뉴욕증권거래소와 나스닥시장의 거래량은 각각 10억여주와 15억7,000만주로 부진, ''태풍 직전의 고요''를 연출한 것.

이날 모건 스탠리 딘 위터와 메릴 린치는 지난주 살로먼 스미스 바니의 바닥론을 뒤엎었다. 모건 스탠리의 마크 에델스톤은 인텔의 올해 및 내년 실적전망을 하향조정했다. 메릴 린치의 조지프 오샤도 반도체주에 대해 조심스런 의견을 냈다.

이에 따라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3.54% 내리면서 컴퓨터, 소프트웨어 등 관련주를 함께 끌어내렸다. 네트워크주도 투자의견 하향 여파로 약세를 나타냈다.

시티그룹과 뱅크 오브 아메리카가 월가의 기대를 맞추거나 초과달성했다고 발표했지만 투자자들은 지난 분기에 비해 수익이 줄어들고 있다는 데 더 주목했다. 제약, 소비재, 에너지 등이 경기침체를 피한 부분적인 매수세를 받으며 다우존스지수를 방어했다.

더욱이 시스코는 장 종료 후 최근 경기침체를 ''100년에 한번의 대재앙(홍수)''에 비유하면서 이번 분기 매출이 전분기에 비해 30% 급감하리라고 경고, 투자심리를 더욱 몰아부쳤다. 또 에릭슨은 6,000명의 추가감원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주 뉴욕증시가 지난주 실적악화 경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올랐던 상승폭을 상당 부분 내놓을 가능성을 점치게 하는 조짐이다.

다만 실적악화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면서 반등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뉴욕증시의 세력권에서 한발짝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국내 증시도 이에 연동할 수 밖에 없다. 당분간 상승세가 나타난다 할 지라도 기술적 반등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얘기다.

대우증권 이종우 투자전략팀장은 "미국 시장이 그래도 저점은 한번 찍은 것이 아닌가 한다"며 "그러나 바닥을 확인하고 반등을 진행하면 힘이 떨어지듯 앞으로 당분간은 기술적 반등 이상의 의미를 두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종합지수는 단기적으로 500을 중심으로 480에서 520 사이에서 움직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번 분기 고점은 600을 넘기 힘들 것으로 제시했다.

한경닷컴 백우진기자 chum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