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마이크로소프트'' 흔히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을 연상시키는 호칭이다.

그러나 미국 상원에선 이 별명이 빌 게이츠를 뜻하지 않는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있는 워싱턴주의 공화당 상원의원 슬레이드 고튼(72)을 가리킨다.

수도 워싱턴정가에서 ''회사분할 반대''등 마이크로소프트를 위해 정열적으로 애쓴 까닭에 생긴 별명이다.

다음달 대통령선거와 함께 실시되는 상원의원 선거에서 4선에 도전하는 ''미스터 마이크로소프트''가 강력한 경쟁상대를 만났다.

30살 이상 아래인 민주당의 젊은 여성 후보 마리아 캔트웰(41).아이로니컬하게도 그녀의 별명은 ''미스 인터넷''이다.

캔트웰은 지난 몇년간 인터넷상의 오디오-비디오기술 선구업체인 리얼네트웍스란 회사의 전자상거래담당 수석 부사장직을 맡았었다.

여기서 그녀는 4천만달러 이상의 돈을 벌었다.

지난달 민주당 예비선거에서 5백만달러를 쓰고 당선된 뒤 "고튼을 이기기 위해서라면 이 돈을 다 쓰겠다"고 벼르고 있다.

첨단산업에서 돈을 번 백만장자들이 상원의원에 많이 출마했지만 인터넷업계 출신은 그녀가 처음이다.

게다가 미국 역사상 자기 스스로 번 돈을 가지고 주요 선거에 출마한 여성은 없었다는 분석(러트거스대학 미국여성정치학연구소)까지 나오는 등 그녀는 이미 전국적인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상원의원직을 돈으로 사려 한다"는 비난에 대해 그녀는 "고튼은 21세기의 문제를 19세기식 사고로 풀려고 한다"며 "이젠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진 젊고 활력있는 인물이 상원에 진출해야 한다"고 당당히 맞서고 있다.

그녀는 원래 정치인이다.

아직 결혼경력이 없는 그녀는 28세때인 86년에 주의원에,92년에는 하원의원으로 당선된 떠오르는 별이었다.

그러나 자신의 지역구에 마이크로소프트가 편입된 94년 재선에 실패했고 그후 리얼네트웍스의 마케팅담당으로 입사해 떼돈을 벌었다.

''인터넷'' ''여성'' ''세대교체'' ''벼락부자''… 21세기 미국사회의 변화를 보여주는 상징어들이 선거에도 그대로 투영되고 있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