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은 치열하고 할 일은 많다"

요즘 한국 직장인들의 자화상이다.

어느 회사를 다니든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극도의 심리적인 압박감에 짓눌려
있다.

"직장인" 하면 바로 스트레스란 말이 떠오를 정도다.

외환위기를 절반도 극복하지 못했다는게 삼성경제연구소의 조사결과이고
보면 여전히 IMF 관리체제가 직장인들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는 셈이다.

예전엔 동료들과 어울려 화기애애한 대화를 나누다보면 스트레스가 풀렸을
법도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직장내 인간관계도 갈수록 삭막해지고 있다.

과중한 업무부담에다 생존경쟁에 가까운 실적채우기에 내몰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일중독증"의 경지를 넘어 "과잉적응증후군"에 시달리는 직장인이
늘고 있다.

과잉적응증후군은 겉으로는 맹렬사원으로 보이지만 실제론 심리적으로
엄청난 피해의식과 무기력증에 사로잡혀 있는 증세를 일컫는 말이다.

특히 40대 초반의 중간관리자들에게 많이 나타나 "중년층증후군"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정도가 경미하다면 약간의 기분전환으로 해소되겠지만 문제는 병적 증세
까지 보이는 이들이 많다는 사실이다.

일단 스트레스가 심해지면 컨디션에 적신호가 켜진다.

두통이나 견비통 고혈압 등의 이상증세로 나타나고 지방간 위궤양 궤양성
대장염 동맥경화 당뇨 등에 시달리기도 한다.

절망감이나 무력감 공허감에 빠져 자살이란 극단적인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술이나 약물에 탐닉하는 경우도 있다.

직장인들의 스트레스가 쌓이는 원인은 다양하다.

업무량이 지나치게 많은 것이 일차적 원인이다.

업무내용이 갈수록 전문화되고 복잡해져 따라잡기 힘들게 되는 것도
스트레스를 낳는다.

상하.동료와의 대인관계가 불편해지는 것도 마찬가지다.

심리학자인 프리드만 박사는 직장인 스트레스가 심해지는 원인이 성격분류상
성공욕구가 강한 일벌레인 "A형 성격"이 양산되고 있기 때문으로 진단한다.

사회가 경쟁과 성과위주로 바뀌어 가면서 직장인들의 성격도 다소 느긋한
B형보다 긴장감이 감도는 A형이 많아졌다는 얘기다.

크라이슬러를 회생시켜 경영의 귀재로 불리는 아이아코카 전 회장이 위장병
에 시달린 것도 바로 스트레스 때문이란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일단 이상증세를 느끼게 되면 종합검진을 받아보고 그 결과에 따라 전문적
인 치료를 받는게 바람직하다.

심한 경우엔 입원치료를 받아야 한다.

한마디로 "만성두통 만성피로 만성위장장애 등에 시달리고 있다면 무조건
의사를 찾으라"는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일단 자신의 컨디션에 이상이 있다고 느낄 정도이고 하루 이틀만에 풀리지
않는다면 만사 제쳐놓고 치유에 나서라는 지적이다.

개인적인 노력도 뒤따라야 한다.

강북삼성병원 정신과 오강섭 교수는 "여행을 떠나거나 부서이동을 요청하는
등 환경을 바꾸면서 자신감을 되찾는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식이요법으론
비타민이 풍부한 음식이나 야채가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또 연세의대 정신과 고경봉 교수는 "가능한한 직장일을 집으로 가져 가지
말고 일주일에 하루 정도는 "정신건강타임"을 정해 놓는게 좋다"고 말했다.

이 시간엔 다른 약속이나 일을 전혀 하지 않고 오직 운동이나 취미활동에만
매달리라는 충고다.

스트레스의 정도가 치료를 받아야 할 만큼 심하지 않을 경우에는 운동이
효과적이다.

사내 체육시설이나 주변의 헬스클럽 등에서 주기적으로 운동하다 보면
스트레스가 웬만큼 풀리고 일의 능률도 높아진다.

하지만 무리한 운동은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자신의 체력에 적합한 운동을 꾸준히 해나가는게 바람직하다.

점심시간 등을 활용해 잠깐씩 명상에 잠기는 것도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의 하나다.

명상은 심리적인 고통이나 갈등을 풀어주고 알콜중독 등을 예방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때로는 어린애들과 어울려 비누방울 놀이를 하거나 거울을 보면서 우스꽝
스런 얼굴표정을 지어보면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는데 도움이 된다.

< 손희식 기자 hssohn@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