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업체와 음반업체간에 "짝짓기" 바람이 불고 있다.

음반업계는 풍부한 콘텐츠(음원)을 제공하고 정보통신업계는 불법복제 방지
등 디지털 음악 기술을 맡는 제휴관계가 형성되고 있다.

이같은 흐름은 MP3파일과 MP3플레이어로 대표되는 디지털 음악시장이 움트기
시작하면서 음반산업에 정보통신기술이 필요하다는 인식에서 비롯되고 있다.

이는 산업간 벽을 허무는 것으로 주목된다.

<> 현황 =국내 메이저 음반회사인 대영에이브이는 삼성전자 출신의 MP3
연구인력들이 만든 미디어랩을 최근 인수합병했다.

이 회사는 인수합병 시너지 효과를 최대한 발휘, 이달말부터 인터넷을 통해
MP3파일을 판매할 예정이다.

또 10월부터는 인터넷 라디오방송도 제공해 디지털 음악시장을 선점한다는
전략이다.

젝스키스 핑클이 소속된 DSP엔터테인먼트 등 10개 음반사의 음원권을 확보한
이 회사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곡을 디지털로 서비스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음반과 교육용 비디오 등을 만들어온 웅진미디어는 인터넷 음악 판매회사인
큐브라인을 설립하면서 아트앤사이언스 및 인하대의 지능미디어 연구실과
제휴관계를 맺었다.

큐브라인은 앞으로 기획과 마케팅을, 아트앤사이언스는 사이버캐릭터와
웹디자인을, 그리고 인하대는 기술부문을 맡아 국내 최고의 인터넷 음악판매
회사로 성장한다는 방침이다.

MP3플레이어를 제조하는 건잠머리컴퓨터와 인터넷광고업체인 골드뱅크커뮤니
케이션즈는 최근 인터넷뮤직을 공동 설립했다.

이 회사엔 삼성영상사업단 출신의 음반전문가인 박춘호씨가 주주로 참여했다

박씨는 이 회사의 자회사인 INIT뮤직을 맡아 음원확보에 나선다.

5개 음반사와 제휴관계를 맺고있는 인터넷뮤직은 모회사인 건잠머리에서
만든 MP3플레이어로만 음악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디지털 음악업체인 리퀴드오디오의 한국 합작법인인 리퀴드오디오코리아는
룰라 디바 등이 뭉친 인기그룹 브로스의 음원을 소유한 크림레코드와 최근
제휴관계를 맺었다.

리퀴드측은 음반사가 디지털 음악을 마음놓고 판매할 수 있게 불법복제방지
기술 등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MP3플레이어를 생산하는 삼성전자는 10월초 디지털음악 서비스를 본격화는데
맞춰 3~5개의 음반사 및 음반기획사와 제휴를 추진중이다.

삼성은 이들 업체로부터 음원을 제공받고 동시에 독자개발한 시큐맥스라는
불법복제방지 기술을 제공할 예정이다.

나눔기술은 도레미레코드와 제휴를 맺고 인터넷 음악유통업체 IMD를 설립
했다고 최근 발표했다.

IMD는 도레미를 비롯해 국내 10개 음반사에서 음원제조와 유통관리 업무를
위탁받아 디지털 음악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 음반업계와 정보통신업계의 만남은 선택이 아닌 필수 =MP3플레이어가
보급되고 음악이 온라인으로 유통되기 시작할 때만해도 음반업체들은
떨떠름한 반응을 보였다.

불법복제가 만연되는데다 음원권에 대한 댓가가 제대로 보장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15개 디지털 음악서비스업체가 PC통신을 통한 MP3파일 판매를 중단하게 된
것도 이런 배경에서였다.

그러나 대세는 디지털이 음반시장을 지배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세계 대형 메이저 음반사의 움직임이 이를 보여준다.

BMG 엔터테인먼트, EMI 레코디드 뮤직, 소니 뮤직엔터테인먼트, 유니버설
뮤직, 워너 뮤직등은 인터넷을 통한 음악서비스 시장에 뛰어들었다.

단순히 음원제공자 입장에서 벗어나 대부분 지분참여 형태로 이들 서비스
업체와 관계를 맺고 있다.

소니는 최근 디지털 음악시대의 단초를 보여주는 일(?)을 저질렀다.

이 회사에 소속된 세계적인 팝가수 머라이어 캐리가 최근 자신의 신곡을
인터넷으로 발표한 것.

이 신곡 앨범은 크리스마스 시즌에 음반으로 판매된다.

한국의 음반업계도 이같은 흐름을 거부할 수 없는 대세로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 오광진 기자 kjo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