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시절 결혼문제를 놓고 주위의 친지나 선배 혹은 먼저 결혼한 친구에게
결혼생활이란 어떤것인가, 꼭 해야하는 것인가고 묻는 경우가 있다.

그러면 개중에는 결혼이란 해도 후회 않해도 후회라고 답하는 사람이 있다.

이 말을 곱씹어 보면 결혼과 후회는 붙어다닌다는 얘긴데 정말 그렇기만
할까.

후회를 낳는다는 "결혼관"은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는 "결혼하는 것이 좋은가, 안하는 것이 좋은가, 그 어느 쪽이든 너희는
후회할 것이다"고 말했다고 전한다.

대철학자가 한 이 말에 깊은 뜻이 담긴 것으로 믿고, 사람들은 비판없이
인용하는 게아닌지 모르겠다.

왜냐하면 소문난 악처로 인해 고생이 많았을 소크라테스가 결혼을 좋은
것으로 평하기는 힘들었을 것같기 때문이다.

결혼에 대해 다양하게 정의를 내릴수 있겠지만 들여다보면 "암수 짝짓기"의
한 형태일 뿐이다.

이 지구상의 거의 모든 동물들은 성체가 되면 암수가 짝을 지어 살게
돼있다.

만물의 영장이란 인간도 동물의 하나다.

성인 남녀가 짝을 지어 사는 결혼이야 말로 자연스런 것이다.

이탈리아 상원에서 이혼법이 통과됐을 때 교황 바오로6세는 "신이 짝지워
준 것은 누구도 떼어 놓을 수 없다"며 반대했다.

암수 짝짓기는 "신의 섭리"인지도 모른다.

결혼한 사람이 이혼 등으로 짝을 잃거나 아예 짝없이 혼자 살 경우 수명이
짧다는 연구결과가 관심을 끈다.

이혼 남녀의 평균수명은 배우자가 있는 남녀보다 8-10년이 짧고 특히 미혼
또는 이혼의 경우 50대 이후 건강이 급격히 악화된다고 한다.

이혼이 단명하게 만드는 이유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스트레스가 더
많아지는 때문으로 추정한다.

그렇다면 결혼은 후회할 일이 아니다.

오히려 결혼초기 익히 듣는 바대로 부부가 백년해로할 일이다.

선조들이 원앙같이 다정한 부부를 부러워도 했지만 살아서 함께 늙고 죽어서
같은 무덤에 뭍히는 해로동혈을 높이 친 뜻을 알겠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