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고급 캐주얼웨어 브랜드 라코스테가 요즘 말못할 고민에 빠져 있다.

중상류층의 주말 레저웨어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얼마전부터 프랑스 도시
저소득층 가정의 청소년들 사이에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다.

판매실적은 상승세지만 라코스테로선 그리 반가운일이 아니다.

브랜드 이미지가 흐려질까 이만저만 고민이 아니다.

라코스테는 80년대 들어 제품을 캐쥬얼웨어로 다양화하며 시장을 중상류층
으로 확대했다.

최근엔 프랑스 대도시 근교 저소득 근로자 밀집지역에서 대유행을 하고
있다.

주말이면 라코스테를 입고 동네 광장에 모여 랩음악을 부르는 청소년도
쉽게 볼 수 있다.

영세민 임대아파트촌의 청소년들 사이에서도 대단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렇다고 이들이 입는 옷이 불법생산된 위조품은 절대 아니다.

반소매 폴로 셔츠의 경우 425프랑(8만5천원), 죠깅복 한벌은 1천프랑
(20만원)이 넘는다.

최근의 라코스테 현상에 대해 사회학자 미셸 피츠는 "상류층 브랜드는
빈곤층 청소년들에게 사회적 성공을 의미한다"며 브랜드를 통해 잠재적
소망을 표현코자하는 심리적 현상으로 설명한다.

라코스테는 회사설립자이자 20년대 데이비스 컵 대회에서 우승하며 이름을
날린 프랑스 유명 테니스 선수의 이름이다.

라코스테를 상징하는 초록색 악어는 디자이너 친구가 그려준 악어를
라코스테가 자신의 테니스복에 수를 놓아 붙이고 다니면서 시작됐다.

33년 회사설립과 동시에 라코스테 브랜드는 유럽 상류층 스포츠웨어로
확고한 위치를 잡았다.

현재 세계 80여개국에 570개의 매장을 갖고 있는 라코스테의 연 평균
매출액는 45억프랑.

순이익도 5천만프랑이 넘는다.

라코스테 파리 본사는 최근의 현상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사내에서는 마켓팅 광고 전략의 실패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브랜드 이미지 변화는 한때 극성을 부렸던 위조품 사태보다 더욱 큰 손해를
입힐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라코스트 유행이 일시적 현상으로 그치지 않고 앞으로도 계속된다면 차별화
를 원하는 상류층으로선 일반화된 브랜드를 외면할 게 틀림없다.

또 그렇게 되면 사회적 성공에 대한 심리적 욕구로 라코스테를 찾는 저소득
층들도 이 브랜드를 찾을 이유가 없게 된다.

요즘 라코스테는 "제발 날 좀 사랑하지 마세요"란 소리라도 지르고 싶은
심정이다.

< 파리=강혜구 특파원 hyeku@coom.co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