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루빈 미국 재무장관이 물러난다.

그는 미국경제를 유례없는 장기호황의 반석위에 올려놓은 당사자이다.

세계경제 위기를 수습한 주역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루빈 없는 미국경제와 세계경제의 앞날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세계제금융위기후 미국의 영향력이 그 어느때보다 막강해진 상황이기에
더 그렇다.

아직 국제통화기금(IMF) 체제밑에 있는 한국도 미국 경제정책 설계사교체의
영향권안에 있다.

루빈의 뒤를 잇는 로렌스 서머스 차기 재무장관은 지난 6년간 재무부에서
국제문제를 담당, 한국 등 신흥시장에 정통하다.

한국경제를 잘 알기에 개혁방향과 속도에 대해 여러가지 주문을 할수 있다.

그러기에 앞으로 서머스 재무부장관이 어떤 정책을 펼지가 최대 주목거리다.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은 12일 루빈 재무장관의 사임을 공식발표하고 후임에
서머스 부장관을 지명했다.

재무부장관에는 스튜어트 아이젠스탯 국무차관을 임명했다.

클린턴 대통령은 "루빈장관이 초대 재무장관인 알렉산더 해밀튼 이후 최고
였다"며 오는 7월4일까지 장관직을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제전문가들은 서머스가 재무장관이 돼도 미국경제정책의 기본틀은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루빈의 "강한 달러"와 "친시장" 정책기조가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강하다.

세계경제에 대한 정책에도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진단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당분간"이라는 시제가 붙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서머스와 루빈은 기본적으로 성향에 차이가 있다.

서머스는 학계(하버드대 경제학교수)와 관계에서만 활동한 이론경제파다.

이에 반해 루빈은 월가에서 잔뼈가 굵은 실물경제파다.

따라서 서머스체제에서 미국경제와 세계경제 정책의 부분적인 변화는
불가피하다.

가장 관심이 가는 대목은 "강한 달러정책"의 지속여부다.

서머스도 강한 달러의 지지자다.

그렇지만 ''강달러''의 강력한 후원자인 루빈을 잃었다.

더욱이 올들어 미국무역적자가 사상최대로 급증하고 있다.

수출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강한 달러" 정책에 변화가 생길수 있는 대목이다.

최근 의회와 재계는 미행정부에 무역적자해소책을 강력히 주문하고 있다.

따라서 한달에 2백억달러에 가까운 무역적자 추세가 지속되면 지난 4년반
동안 유지돼온 강한 달러정책에 수정이 가해질 수 있다.

이 경우 일본 엔화가치가 오르는 엔고상황이 전개된다.

이때 일본경제회복은 더뎌진다.

이는 세계, 그중에서도 아시아 경제회복의 걸림돌이다.

또 강한 달러정책에 손질이 가해지면 미국의 저물가기조도 흔들린다.

강한 달러로 인한 수입물가하락은 미국 물가안정의 주요인중 하나다.

물가가 흔들리면 미국은 인플레를 막기위해 금리를 올려야 한다.

금리인상은 미증시에 악영향을 주면서 세계증시하락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친 시장정책에선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서머스도 루빈이 거부해온 자본이득세 인상같은 금융시장 분위기를 해칠
일은 하지 않을 것 같다.

루빈의 균형예산정책도 계승될 것으로 보인다.

서머스의 전면등장은 세계금융체제 개혁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금융체제개혁의 중심 인물이기 때문이다.

지난 97년 아시아금융위기가 발생한후 위기수습책으로 금융체제의 개혁을
강력히 주장해 왔다.

최근 국제금융위기가 거의 끝나면서 국제사회의 금융체제개혁 움직임이
주춤한 상태다.

그러나 서머스가 미국재무장관이 됨으로써 세게금융개혁의 고삐가 다시
당겨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재무장관으로 지명된후 서머스의 첫 일성은 "루빈의 정책을 계승
하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는 시장의 동요를 우려해 의례적으로 하는 말이라는게 월가
일각의 분석이다.

이와관련, 이번 주말 말레이시아에서 열리는 아태경제협력체(APEC)
재무장관회의가 주목된다.

이 회의에 재무장관 자격으로 참석하는 서머스가 정책방향의 일단을 피력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 이정훈 기자 leeho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