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 사옥을 매각합니다"

일본기업들이 회사의 얼굴로 통하는 본사빌딩 매각에 잇따라 나서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본사 사옥은 회사의 이미지로 통했다.

팔아 치운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

그러나 장기간 지속되고 있는 불황은 본사 사옥마저도 구조조정의 대상으로
만들어 버렸다.

재팬 에너지는 도쿄 미나토구에 있는 본사빌딩을 7백억엔에 매각한다고
최근 발표했다.

빌딩은 재팬에너지와 미쓰이 부동산, 아리코(미국 보험회사)가 만든
컨소시엄이 빌딩을 사들인다.

이 컨소시엄은 부동산을 증권화한 다음 투자가에 판매할 예정이다.

재팬에너지는 매각이익을 빚 상환에 쓸 예정이다.

부동산을 증권화해 여러 사람에게 파는 방식을 택해 값도 비교적 높게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재팬에너지는 리스백 형태로 이번에 팔린 빌딩을 다시 빌려쓸 예정이다.

경영부실로 고전하고 있는 대형 의류업체인 레나운도 도쿄 시부야구에
있는 본사의 토지 4천평방m를 주택도시정비공단에 95억엔에 매각한다.

이 돈은 사채와 은행차입금을 갚는 데 투입할 계획.

레나운은 주력 상품인 부인복 판매부진으로 작년도 경상적자 규모가 당초
예상보다 16억엔 늘어난 75억엔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레나운은 양도차익 93억엔을 이번 결산때 특별이익으로 계상한다.

레나운은 2001년1월까지 본사빌딩을 헐어 버리고 부지를 평지로 공단에
다시 넘길 예정이다.

미쓰비시 머티리얼도 2000년까지 도쿄 오테마치의 본사빌딩을 포함해
6개 정도의 대형건물을 매각키로 했다.

재팬에너지 처럼 부동산을 증권화하는 방법을 통해 약6백억엔을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미쓰비시는 경영개선을 위해 이미 1백80억엔상당의 자산을 매각했었다.

이밖에 도쿄미쓰비시은행도 본사빌딩을 3월말에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아직까지는 본사사옥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해 특수관계자나 계열기업에
부동산을 비싸게 매각한 다음 빌딩을 임대해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구조조정의 파고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어 이제 "체면"따위는
고려대상에서 삭제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 도쿄=김경식 특파원 kimks@dc4.so-net.ne.jp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