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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7년 전남 광산 출생
<> 광주일고 서울대상대 서울대 경영대학원
<> 대신증권 상무, 동원창업투자 대표, 동원증권 사장
<> 98년6월 비즈니스위크지에 아시아의 스타 50인으로 선정됨
<> 부인 최경진 여사와 1남1녀, 취미는 바둑 테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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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계에 최고경영자(CEO)의 역할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자율이 싹트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누가 최고경영자가 되느냐에 따라 그
기관의 운명이 달라지고 있다.

혹독한 구조조정이 계속 될수록 최고경영자의 진가는 더 빛난다.

금융계에서 주목받는 최고경영자를 매주 월요일자에 싣는다.

주택은행 주식이 은행주중 가장 비싸다.

지난 29일 종가기준으로 1만6천8백50원.

몇달전만해도 주택은행 주가보다 높거나 비슷했던 하나은행(1만5백만원)과
국민은행(8천7백60원)을 따돌렸다.

김정태 행장(52)이 작년 8월 29일 취임한 이후 생긴 "이변"이다.

김 행장은 취임 첫날 월급은 1원만 받겠다고 말했다.

대신 경영성과가 반영되는 스톡옵션(주식매입선택권)을 달라고 했다.

탈월급쟁이를 선언한 셈이다.

1-2명의 전무나 부행장을 두고 있는 다른 은행과 달리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기위해 부행장을 8명이나 뒀다.

그만큼 권한도 줬다.

연봉제도 머뭇거리지 않고 실시했다.

수행비서도 가능하면 데리고 다니지 않는다.

외부전무가도 과감히 채용했다.

무보증신용대출한도를 5천만원까지 높이는등 여신관행을 계속 뜯어고치고
있다.

그는 직원들 앞에서 자기를 "장사꾼"으로 소개했다.

괜히 분위기만 어색해졌다고 한다.

직원들이 "증권회사 사장(전직 동원증권사장)은 장사꾼일지 모르지만
은행장이 그럴수 있느냐"며 이상한 눈으로 보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사꾼같은 기업마인드가 있었기에 딱딱한 은행껍질을 깨뜨리면서
개혁을 추진할수 있는지 모른다.

은행장에 취임한지 불과 다섯달.

일단 주가가 김 행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증권전문가들도 김 행장이 새로 부여한 가치가 최소한 싯가총액 기준으로
1조원이 넘는 것으로 본다.

작년결산실적이 좋은 것은 아니다.

적자규모가 3천억원에 육박한다.

일반적인 기준에 따라 6백20억원의 흑자를 낼수 있었지만 국제기준을 수용,
대손충당금을 다 쌓아 적자를 실컷 냈다.

그래도 외국인투자자들은 계속 주식을 사모았다.

이들은 과거의 실적보다 김 행장의 개혁이 이룰 미래의 성과를 더 중시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한 대학펀드는 김 행장을 면담한후 주택은행의 최대주주가 됐다.

외국인지분률은 이미 54%에 달한다.

그는 동원증권 사장시절이나 지금이나 깔끔하거나 묵직한 느낌을 주지
않는다.

그러나 툭툭 던지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예사롭지 않다.

이헌재 금융감독위원장은 그를 "겉은 촌스러운데 속은 깊다"고 했다.

비결은 집중력과 공부다.

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며칠을 두고 정보를 수집하고 아이디어를 수소문한다.

연초에 "밀려오는 외국금융기관들과 어떻게 경쟁해야 할지 막막해 밤잠을
설쳤다"고 했을 정도다.

외국인 2명을 집행간부로 데려와 소비자금융과 마켓팅을 맡기기로 한
결정도 그런 고민끝에 나왔다.

영업점에 들르면 직원들과 격식없이 가볍게 얘기를 나눈다.

적자폭을 줄여준 직원들에게 퇴근시간도 잊은채 감사편지를 쓰기도 했다.

시행착오가 없는 것은 아니다.

돈 버는데 충실하다보니 다른 기관들과 마찰도 많다.

적당히 하다가 그칠 것이라는 냉소도 적지 않다.

그렇더라도 김 행장은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가고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 허귀식 기자 window@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