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독일 등 11개국의 통화가 오랜 논의와 준비끝에 마침내 지난
1월1일부터 단일통화인 유로(Euro)로 통합됐다. 96년 기준으로 2억9천만명의
인구와 전세계 GDP의 24.2%, 세계 무역의 31.9%를 차지하는 막강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유로화는 중장기적으로 달러화 엔화와 함께 3극 통화체제를
구축할 것으로 전망된다. "로마제국이후 처음으로 유럽대륙이 다시
단일통화로 통합됐다"는 논평은 유로화 출범의 역사적인 의의를 웅변해주고
있다.

하지만 당장은 기대 못지않게 불안한 것도 사실이다. 우선 세계각국은
달러에 대한 유로화의 환율동향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재작년
통화위기로 나라경제가 초토화되다시피한 아시아 각국들은 더욱 그렇다.
일단 유로환율은 지난해말 시장환율을 기준으로 유로당 1.17달러, 1백30엔,
0.70파운드 정도로 출발하지만 올하반기에는 유로당 1.22달러까지 강세를
보이리라는 전망이 우세하나 정착 여부가 불확실하고 유동성이 약하다는
점 때문에 강세를 보이기 어렵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와 관련해 주목되는 것은 유로랜드 11개국의 통화정책 권한을 위임받아
행사하게 된 유럽중앙은행(ECB)이 어떤 입장을 택하느냐는 점이다. ECB는
물가안정을 최고의 목표로 설정한 마스트리히트 조약에 따라 통화정책을
집행해야 하지만 최근 새로 집권한 유럽 좌파정부들이 실업완화를 위해
금융완화정책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 문제다. 만일 유로화가 저평가되고
미국이 이에 대해 반발할 경우 미국과 유럽간에 통상마찰이 격화돼 전세계적
으로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또 한가지 불확실성은 단일통화를 채택한 서유럽 11개국의 금융 및
실물경제에서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한예로 우유 셔츠 치약
등 생필품 및 자동차도 20%에서 최고 몇배씩 값차이가 난다. 따라서 물가
하락이 촉진될 전망이며 휘발유 술 담배 등의 가격차이 원인인 각국별
세율격차도 서둘러 조정돼야 할 것이다. 국제금융시장의 기준금리가 과연
기존의 리보(LIBOR)에서 유리보(EURIBOR)로 바뀌느냐는 점도 유럽의 금융
중심지가 런던이냐 프랑크푸르트냐는 점과 맞물린 민감한 문제다.

따라서 세계각국은 당분간 관망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우리도
외환보유고 구성비 변화를 서두를 필요는 없다고 본다. 다만 국내 금융
기관과 기업들은 개별적으로 만반의 대응자세를 갖춰야 할 것이다. 우선
유러화관련 외환업무를 처리하는데 필요한 회계 및 전산시스템을 갖추고
전문요원을 확보하는 일이 시급하다.

또한 유럽금융시장이 런던중심의 유럽달러시장과 프랑크푸르트 중심의
유로화시장으로 양분될 가능성에 대비해 자금조달창구를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이밖에 기존계약의 법적 효력문제, 환위험 회피방안 등도 검토돼야
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