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이나 원천기술을 개발하면 파급효과가 그만큼 크다.

신기술을 개발하기 위해선 막대한 자금과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만 일단
개발에 성공하면 떼돈을 벌 수 있다.

특히 원천기술을 개발하면 관련 분야의 또다른 소재및 기술개발이 쉬워져
사업성 높은 기술과 제품을 계속 선보일 수 있다.

그래서 기업들은 환상의 신소재 신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고 있는 것이다.

철강업체인 동부제강이 지난 92년 한국화학연구소와 공동으로 반도체제조의
원천 소재인 고순도 다결정실리콘을 값싸게 제조할 수 있는 신공정을 개발한
것도 기업의 미래수익 능력을 높이려는 전략에 따른 것이었다.

철강생산만으로 기업을 지속적으로 키우는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것.

동부는 기초소재 개발로 기업성장의 돌파구를 찾기로 하고 7년동안 약
90억원을 투자해 세계에서 두번째로 고순도 다결정실리콘 제조공법을 개발
했다.

개발과정에서 투자가 성공하지 못할 것이란 시각이 적지 않았다.

다결정실리콘 제조공법을 실용화한 기업이 세계적으로 드문데다 축적된
기술이 많지 않아서다.

그러나 김준기 회장은 특유의 뚝심으로 기술개발을 적극 지원했다고 한다.

이 공정기술은 첨단기술인 초단파가열법과 화학증착법 등을 써서 전력소비
등 생산원가를 크게 낮추도록 한게 특징이다.

이 공법을 활용하면 제조원료인 삼염화실론으로부터 입상의 다결정 실리콘
결정을 대량으로 얻어낼 수 있다.

결과적으로 고품질의 실리콘웨이퍼를 제작할 수 있게 되는 등 반도체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기여했다.

그런데 이 신기술을 실용화하는데 적지 않은 어려움이 따랐다.

먼저 실용화를 위한 국내 관련 기술이 워낙 취약했다.

원천기술을 어렵게 확보했지만 이를 생산에 적용하기까지 다양한 응용기술
이 필요했다.

더욱이 국내에서는 고순도 다결정 실리콘을 만들기 위한 핵심원료인
삼염화실란(TCS)을 생산하지 못했다.

동부는 어쩔 수 없이 지난 94년 이 특허기술을 세계 최대 다결정 실리콘
제조업체인 독일의 박커케미트로닉사에 선급금 70만달러 등 총 3백84만달러를
받고 수출했다.

상업생산이 시작되면 경상기술료로 매출액의 1~2.5%를 받기로 계약을
맺었다.

신기술을 해외에 파는 대신 실용화를 위한 연구개발을 공동으로 추진해
관련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동부는 박커케미트로닉사와 대규모 생산설비에 의한 고순도 다결정실리콘
양산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 4년간 5단계에 걸친 생산설비 테스트작업을
벌여 왔다.

이 과정에서 신기술의 실용화 가능성은 어느정도 확인됐다.

동부는 당초 상용화 준비기간을 5년으로 계약한 만큼 상용화가 늦어질
경우 박커케미트로닉사로부터 추가로 로얄티를 받는 방안을 강구중이다.

동부는 앞으로 전기전자관련 소재를 지속적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사업성이 좋은 신사업에 참여하거나 신기술을 수출해 기업수익
능력을 계속 키워갈 방침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