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0년대 저명한 사회학자인 C W 밀스가 저서 "파워 엘리트(The Power
Elite)"에서 이렇게 설파했다.

"한 사회를 이끌어가는 집단은 대기업부호, 정치가및 관료, 군부지도자 등
소수 파워 엘리트"라고.

그리고 나서 40여년동안 이들 소수 파워 엘리트는 밀스의 분석처럼 지배
엘리트로서 알게 모르게 막강한 권력을 행사해 왔다.

그러나 요즘 정보화 물결이 일면서 소수 파워 엘리트에 강력한 도전자가
등장하고 있다.

전문지식과 창조적 아이디어로 무장하고 지구촌 구석구석에서 활동하고
있는 "파워 프로(Power Professional)"가 그들이다.

프로가 엘리트와 다른 것은 연줄이나 혈통 등 전근대적 요소가 아니라
철저히 자기실력을 바탕으로 한다는 점이다.

외환딜러 펀드매니저 컨설턴트 기업분석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애니메이터
등 요즘 부상하고 있는 "신흥세력"들은 오너기업인이나 관리 정치가 군부
세력가 등을 조금씩 밀어내고 새로운 파워 엘리트로 부상하고 있다.

여기에 한국이 예외 일수는 없다.

이들 파워 프로는 개방화 글로벌화를 이용해 지구촌을 무대로 전문지식을
마음껏 활용한다.

물론 고소득을 올리고 자유로운 생활도 즐긴다.

일본 교토대학 인간환경학 사에키 케이시(좌백계사)교수는 이들 새로운
지배 엘리트를 "심벌릭 애널리스트(Symbolic Analyst)"라고 불렀다.

이들이 만든 "상징"과 "제품"이 지구촌 사람들의 삶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만든 영화 "타이타닉"의 이미지가 세계를 강타하고
실리콘 밸리의 파워 프로들이 만든 제품이 미친 영향을 보면 사에키 교수의
주장이 일리가 있음을 알수 있다.

파워 프로의 부상은 사회변화 흐름과 맞물려 있다.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과 지식사회의 도래는 사회.경제시스템을 완전히
바꿔 놓고 있다.

중추세력의 물갈이도 강요한다.

사이버 공간의 탄생,네트워크화의 진전, 집단보다는 개인의 우위, 가치관의
다양화 등이 새로운 트렌드이다.

이런 사회에서 경쟁력은 창의력과 전문지식이다.

미국을 살펴보면 파워 프로의 활약상은 두드러진다.

미국 경제의 기관차는 "실리우드(Siliwood)"로 대표된다.

실리우드는 실리콘 밸리(정보통신산업)와 할리우드(문화산업)의 합성어.

실리우드가 세계적 경쟁력을 갖는 원동력은 바로 수많은 파워 전문가들의
존재다.

먼저 실리콘 밸리의 예.가령 어떤 사람이 비즈니스화할 아이디어를 갖고
있다면 수많은 전문가가 이 프로젝트에 달라붙는다.

사업타당성 검토를 하는 애널리스트, 필요자금을 조달해 주는 투자자모집가,
아이디어를 실제 사업화할수 있도록 하는 엔지니어, 전문경영인, 재무관리
전문가, 광고마케팅 전문가 등이 그들이다.

이들은 일단 가능성이 보인다고 생각하면 각각의 전문지식을 활용해 최단
시간내 물건을 만들어낸다.

이렇게해서 새로운 상품이나 서비스를 가장 빠른 시간안에 내놓으니
경쟁력을 논할 필요가 없다.

할리우드도 마찬가지다.

일단 괜찮은 대본만 정해지면 조명 촬영 자금 홍보 제작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순식간에 모여든다.

인텔이나 마이크로소프트 3M 등 대기업들은 프로젝트에 따라 사람들이
모이고 흩어지는 실리우드의 "헤쳐 모여"식 "유연 경영"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들은 회사내에 전문가들을 키우고 프로젝트에 따라 이들을 유연하게
배치하는 조직을 만들어내고 있다.

미국 경쟁력의 원천이 파워 프로들에게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국내에서도 새로운 파워 프로들이 부상하고 있다.

"송세엽의 컴퓨터 한판승부" "송세엽 도스" 등 컴퓨터 서적 저자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송세엽(37)씨.

그의 본업이 회계사란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나와 회계사 일을 하면서도 컴퓨터에 미쳐 컴퓨터
전문가가 됐단다.

한달에 그의 수중에 들어오는 인세만도 1천만원이 넘는다.

컨설팅업체인 (주)레인메이커 김영철(38)사장의 일과는 아침 7시에 시작돼
거의 자정이 돼서야 끝난다.

일감이 넘치는 그를 보노라면 실업자가 2백만명을 넘어섰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김 사장이 하는 일은 단순히 경영 애로사항을 해결해주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짭짤한 돈벌이가 될 새로운 사업을 기획해주고 필요인력까지 아웃소싱해
준다.

기업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니 일감이 많을수 밖에.

지난 2월 회사 설립후 6개월동안 그는 무역협회 별정통신 사업계획 수립,
프라임산업 전자상거래 사업화방안 등으로 벌써 5억원의 수입을 올렸다.

이들은 인텔의 앤디 그로브 회장이 말한 것처럼 "편집광(파라노이드)"
들이다.

편집광의 특징은 누가 권하지 않더라도, 극구 말리더라도 한가지 일에
온몸을 던져 몰두하는 워크홀릭(workaholic).

작은 일에도 매우 철저하고 상사의 질책이나 주위의 질시도 개의치 않는다.

항상 새로운 관점에서만 생각한다.

미국 MIT 네그로폰테 교수는 파워 프로의 조건으로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의지, 리스크를 떠맡는 주체성, 자원부족을 극복하는 창조성을 들었다.

서울대 산업공학과 이면우 교수는 한걸음 더 나아가 "시키지 않은 일만
골라 하고" "위험한 일만 쫓아 다니며" "한번 빠지면 정신을 잃고 끝을 봐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만이 뉴 파워 엘리트가 될수 있다고 강조한다.

사회 트렌드와 파워 엘리트의 변화는 우리에게 교훈을 던져 준다.

당신도 파라노이드가 돼라, 그리고 한우물을 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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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필규 산업1부장 phi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3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