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성모병원 낚시동호회가 창립된 것은 지난 88년 7월.

"자연의 심오한 섭리를 터득하고 협동 희생 인내로 심신을 수련하며..."

지금 생각하면 정말 거창한 창립취지였다.

물론 이 취지에 맞게 모임을 꾸리느라 계속 노력중이지만 말이다.

올해는 낚시회 창립 열돌을 맞는 해여서 의미가 더욱 크다.

10년간의 활동상을 알리는 약사를 발간해도 좋을 것 같다.

출범당시 초대회장은 필자가 맡았다.

그뒤 이헌영 교수(산부인과.2대), 조백기 교수(피부과.3,4대)를 거쳐
지금은 양승한 교수(재활의학과)가 6대회장으로 있다.

현재 회원은 40명.

하나같이 철저한 낚시예찬론자인데다 소탈한 성격들이다.

가톨릭대학 부속 8개 병원의 동호회 가운데 "가장 모범적인 모임"이라고
자부한다.

우리 낚시회원은 원로교수에서부터 행정직 기능직 간호사 보안직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직위의 차이에서 올 수 있는 서먹서먹함도 우리 모임에서는 찾아 볼 수
없다.

대자연속에서는 피차 범부들인데 차이를 따져 무엇하랴.

굳이 나눈다면 인생의 선배, 낚시의 스승 정도면 되지 않겠는가.

우리 낚시회가 출조하는 날은 붕어와 잉어도 구별못하는 새내기에서
입질만 보고도 어종을 구별하는 낚시도사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들뜬다.

소풍가는 개구쟁이들 표정이다.

삭막한 현대인의 생활에서 올 수 있는 매너리즘과 스트레스는 이미
사라진지 오래다.

묵직하게 당기는 월척의 손맛과 수면위에 흔들리는 찌, 밤하늘에 춤추는
케미라이트를 떠올리면 그저 모든 것이 즐겁기만 하다.

새벽녁 살포시 피어오르는 물안개의 향긋한 내음과 감촉도 비할 데 없다.

이런 시간을 보내다 보면 빈바구니를 들고 돌아오게돼도 너털웃음이
나온다.

세속의 애증을 초탈한 푸근한 마음이 오히려 삶의 활력이 된다.

우리 회원들은 바로 "자연" 그 자체를 즐길 줄 아는 사람들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