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영국의 장기호황은 과연 종착점에 다가온 것인가.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최근호에서 기업순익감소, 재고급증, 금리역전현상
등 3가지 지표를 분석해 볼때 이 두나라가 모두 경기하강국면에 들어섰다고
분석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양국의 기업 순익은 지난해 4.4분기와 올 1.4분기 연속
큰 폭으로 둔화되고 있으며 재고도 급증하고 있어 이미 침체국면에 진입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또 단기금리가 장기금리보다 높은 "금리역전현상"이 나타나 침체가능성을
높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특히 영국에서는 경기침체에 대한 대책 논의가 활발한
반면 미국에서는 "걱정없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어서 더욱 큰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고 경고했다.

-----------------------------------------------------------------------

미국과 영국에 뚜렸한 경기침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각각 7년과 6년째 호황을 누리고 있는 두나라 경제가 기업들의 순익감소,
재고증가 등으로 이미 침체국면에 들어섰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영국 제조업은 파운드화 강세와 아시아 위기의 영향으로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전미구매관리자협회(NAPM)에 따르면 미국 역시 제조업활동이 둔화되기
시작했다.

물론 두나라 경제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전체산업의 25%에 불과
하며 서비스부문이 여전히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 제조업 둔화를 바로 경기
둔화로 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는 지적도 일리가 있다.

그러나 제조업 업황이 역시 큰 흐름은 잘 보여주고 있다고 할 것이다.

먼저 기업 순익을 보자.

기업들은 순익이 줄면 투자와 고용을 가장 먼저 줄인다.

순익감소는 또 주가하락으로 이어지고 이는 소비를 얼어붙게 만든다.

미국과 영국 기업들의 순익증가율은 지난해 4.4분기와 올 1.4분기 연속 큰
폭으로 둔화됐다.

순익증가세 둔화는 임금상승, 통화강세, 아시아위기 여파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독일계 투자은행인 드레스너 클라인 워터벤슨사는 올해 영국 기업들의
순익이 작년에 비해 15% 정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재고증가 추세도 두나라 경제에 어두운 그림자를 던져주고 있다.

물론 많은 기업들이 효율적인 재고관리시스템을 확보하고 있어 재고수준이
경기에 주는 효과가 과거처럼 크지는 않다.

그러나 경기변동시기에 있어서 재고수준은 가장 위험한 요소로 작용하며
경제성장률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수 밖에 없다.

이는 지난 90년대초에 이미 입증된 바 있다.

당시 미국과 영국의 재고급증은 두나라 경기침체의 직접적인 요인이 됐었다.

올 1.4분기중 두나라는 높은 재고증가를 기록했다.

재고증가가 1.4분기 GDP 성장에 기여한 비중도 30%에 달했다.

기업들은 결국 2.4분기중 높은 재고를 소진하기 위해 생산을 줄였을 것이며
결국 이 기간중 경제성장률도 하향 조정됐을 것이라고 예상하기 어렵지 않다.

단기금리가 장기금리를 상회하는 "금리역전현상"도 위험한 징조로 해석된다.

장기금리는 미래에 대한 위험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단기금리보다 높은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경기침체 직전에는 항상 장.단기 금리가 역전현상을 보여 왔다.

특히 미국에서는 60년대중반 단 한차례만을 빼고는 지난 55년이후 지금까지
침체국면에 진입하기 직전 금리역전현상이 일어났었다.

영국에선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금리역전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미국의 단기금리도 10년만기 채권수익률과 같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 세가지 지표를 종합해 보면 영국은 이미 급격한 경기둔화를 그리고
미국은 다소 완만한 경기하강국면에 진입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일반적으로 경기둔화가 시작되는 시점에서는 경제가 과열되고 인플레가
발생하며 중앙은행은 금리인상 압력을 받는다.

최근 영국이 이같은 압박을 받고 있다.

반면 미국은 놀랄정도로 초저인플레가 지속되고 있어 금리인상가능성이
아직 희박하다.

미 캑스턴어소시에츠사의 이코노미스트 존 매킨은 "미국의 경제성장은
소비보다는 투자에 의해 이뤄져 왔기 때문에 저인플레가 가능하다"며
"그러나 바로 여기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고 경고한다.

매킨은 지난 20년대 미국과 80년대 일본경제를 단적인 예로 들고 있다.

당시 두나라 경제 성장은 대규모 투자에 의해 주도돼 왔으나 결국 깊은
침체의 수렁으로 빠져들었다.

다시말해 주식시장 활황 덕분에 기업들은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렸고 이는
과잉생산과 순익감소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이같은 경기 상황이 고인플레와 맞물릴 경우 더욱 급격한 침체가 나타난다
는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진단이다.

영국이 지금 이런 딜레마에 빠져 있다.

영국의 지난 5월 인플레율은 6년만에 최고 수준인 4.2%에 달했다.

이는 선진국 평균의 2배에 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영국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7.5%로 유지키로
결정했다.

그러나 경제전문가들은 내달중 영국이 금리인상을 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은 달러강세로 인한 수입물가하락으로 인플레 압력을 흡수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상황이 얼마나 지속될지 아무도 장담할수 없다.

특히 달러가 갑자기 약세로 돌아설 경우 인플레 상승세는 통제의 폭을
넘어설 정도로 위험수위에 다다를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영국과 달리 미국에선 경기침체 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전혀 일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미국에선 "지금의 경제상황은 경기순환론으로 설명할 수 없다"며 "호황은
영원히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 정리 = 김수찬 기자 ksc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