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신사에 대해 의결권 행사가 허용되는 것은 투신이 대량 보유한 종목의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증시 기류를 바꿀 수 있는 큰 사안으로
풀이된다.

투신업계에 따르면 한국 대한 국민등 서울소재 3투신을 비롯 투신사및
투신운용업체들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주식은 4월말현재 1백80여개 종목에
금액으로는 3조2천60억원어치에 이른다.

이들 종목 가운데 투신사들의 지분이 5%이상인 종목이 1백20개 종목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예로 광주은행은 대주주인 금호건설 지분율이 8.63%에 불과한 반면
한남투신이 5%대를 보유하고 있어 투신사의 입김이 크다.

투신사가 최대주주인 종목은 대영포장 대우정밀 메디슨등 3개다.

포트폴리오의 세부적인 내용은 비밀에 붙여져 있느나 올들어 자구계획용
자금마련을 위해 삼성전자같은 블루칩들을 외국인 투자가들에게 많이 넘긴
탓으로 예전처럼 대형주비중이 높은 것은 아니라는게 증권업계의 분석이다.

투신사들은 그동안 상장기업 경영진에 대해 사실상 제3자적인 자세를
취해왔으나 의결권 행사가 가능해지면 "대주주" 행세를 할 수 있다.

사안에 따라 경영진에 책임을 물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와관련해 투신의 펀드매니저들은 수익증권에 편입된 주식의 가격이
떨어지는 것을 두고만 볼 수 없는 입장이기 때문에 해당 상장회사의 주가
수준으로 경영자의 점수를 매길 공산이 크다.

D증권사 관계자는 "주주자격으로 부실 경영을 견제한다는 명분으로
상장사에 주가관리 압력을 넣는 극단적인 경우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의결권 행사가 허용되면 투신사들이 경영진을 견제할 방법은 여러가지이다.

우선 지분율 10%까지는 독자적인 의결권 행사가 가능하다.

총발행주식수의 10%는 증권거래법에서도 주요주주로 취급할 만큼
큰 지분이다.

한걸음 나아가 소액주주등 다른 쪽과의 연대도 가능하다.

개인투자자들과 연대해 영업부문 양수도나 기업분할 합병등 기업 이사회의
중요 의결사항에 반대해 주총에서 안건을 부결시킬 수도 있다.

같은 맥락에서 투신사들은 기업들의 구조조정에도 강력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이 증권사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투신사들이 의결권 중립을 지켜야 되는 상황에서도 개인및 기타법인주주들
의 반대로 인수합병같은 기업의 중대한 경영결단이 좌절된 사례는 최근에도
쉽게 찾을 수 있다.

따라서 투신사들이 가세하면 변수는 더 커지게 된다.

발행주식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중소형주에 대한 투신사들의 주가영향력이
커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중소형주는 그동안 투신사들이 매집할 경우 매집행위 자체만으로도 주가를
출렁거리게 만들었는데 의결권 행사까지 가능해지면 영향력이 배가되기
때문이다.

투신사들의 자금력 악화로 증시에 대한 지배력이 약화돼 왔으나 이번
의결권 허용으로 종목별로 주가가 차별화되는 계기가 마련될 수도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 양홍모 기자 ya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