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화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

유러화의 출범은 많은 변화를 몰고온다.

유러화가 미국 달러와 함께 국제경제무대에서 양대 기축통화로서의
지위를 갖게된다.

또 같은 화폐를 쓰는 거대한 시장이 탄생한다는 의미도 있다.

따라서 유러화 출범에 맞추어 국내 금융기관과 기업들은 서둘러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금융기관들은 외화자산구성의 변화를 눈여겨 보아야하며 기업들은
수출입결제통화의 구성이나 경쟁력변화에 신경을 써야 할것이다.

또 유럽국가 전체가 대외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반덤핑조치등을 통해
배타적인 성향을 띨 가능성이 있으므로 이 대목도 주의해야 한다.

국내 금융기관은 전세계 금융자산 또는 중앙은행 외환보유액에서
유러화가 차지할 비중 등을 감안해 외화자산 포트폴리오를 적절히
조절해 나갈 필요가 있다.

장기적으로 전세계 금융자산의 30~40%정도가 유러화로 통용될 것으로
보인다.

전세계 중앙은행 외환보유액중 유러화 구성비가 유럽경제화폐통합(EMU)
완성후 수년안에 25~30%에 달할 전망이기 때문이다.

금융산업측면에서보면 국내 금융기관들의 유럽연합(EU)진출이 가속화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EU와 한국은 금융서비스업 부문에서 상호주의를 채택하고 있는데
국내금융시장 개방으로 EU가 한국진출을 모색하는 만큼 상호진출이
본격화 될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EMU 단일시장에 우리나라 금융기관이 진입하거나 정착하는 것이
그렇게 쉽지는 않을 것이다.

유럽통합으로 시장이 광역화되기 때문에 경험과 기술이 미약한
한국금융기관들이 쉽게 적응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EU역내에 이미 진출한 시중은행과 증권사가 M&A(인수합병)형태로
합치면서 업무영역을 다각화하는 방안을 적극 모색할 필요가 있다.

유러화표시 금융상품의 특성을 파악해 고객에게 체계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노력도 필수적이다.

기업들 역시 EMU 완성후 유러화가 전세계 무역결제의 약 30~35%를 점유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데 맞추어 수출입결제통화중 유러화의 비중을 높여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앞으로 경제가 좀더 회생되면 기업들은 해외채권도 상당부분을 유러화
표시로 발행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기업들은 하나로 통합되는 유럽의 시장변화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당장 단일통화권이 형성되면 역내 국가간의 수출입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중화학공업등 EU역내 교역비중이 높은 산업의 경우 유러화 사용에 따른
환위험이 없어져 역내 산업의 경쟁력이 강화될 것이다.

국내의 경쟁기업들은 원화 평가절하에 따른 가격경쟁력과 구조조정을
통한 원가절감및 기술개발을 통해 이 지역에서 경쟁력을 높여나가야
할 것이다.

전통적으로 유럽과 긴밀한 관계를 맺어온 동구권및 아프리카 국가들이
차제에 경협확대를 추구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한다.

시장이 광역화되는만큼 특정국가를 겨냥하는 종전의 마케팅 방식으로는
시장을 더 넓히기 어렵다.

유럽전체를 하나의 시장으로 보는 접근전략도 필요하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