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는 공황상태에 빠져있다.

이에비해 한국은 위기를 해결하겠다는 국가적 의지를 갖고 있다"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WEF)의 "한국특별분과
위원회"가 있었던 지난30일 다니엘 부통 소시에테 제네랄 회장은 한
외신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의 이같은 평가는 이곳에 모여든 세계 각국의 정치경제계 거물들의
견해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었다.

실제로 한 외신은 "다보스의 분위기는 한국의 금융위기에 대해 낙관쪽으로
돌아서고 있다"고 전했다.

또 제임스 울펜손 세계은행총재같은 이는 "경제적 성공은 정부의 개방성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아시아 지도자들이 깨달아야 한다"며
"이점에서 한국은 올바른 사태해결의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다보스에서 한국에 대해 이처럼 고무적인 분위기가 조성된 것은 때맞춰
"외채협상 타결"이라는 낭보가 전해진 덕도 있지만 김기환 경제순회대사를
비롯한 한국 대표단의 "개혁의지 알리기"활동이 주효한 덕도 크다는게
현지의 분석이다.

김대사의 사회로 센트럴 스포츠 호텔에서 열린 한국분과위원회 토의에서
한국대표단이 강조한 메시지는 한마디로 "공정한 경쟁원리를 바탕으로
시장개방을 과감히 추진하겠다"는 것이었다.

특히 유종근 대통령당선자 경제고문은 이날 한국경제전망에 대한
대표연설을 통해 최근 한국의 경제위기는 책임정치 부재와 기업들의
책임경영 미흡이 원인이라고 지적하고 따라서 기업들의 책임경영과
투명성을 제고하고 주주들의 권한을 강화하는 것이 긴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지금까지 한국은 개방에 너무 인색했음을 인정하면서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라도 과감한 시장개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외국자본을 이용한다는 차원에서 자본시장 개방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유고문은 이어 한국이 언제쯤 위기를 완전히 벗어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대해 "1년반 내지 2년이면 가능하다"고 말해 자신감을 내보였다.

이와관련해서는 양수길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이 한국의 GDP성장률이
내년에는 5%, 그후 3년간은 연 7%에 달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발표하기도 했다.

한편 외국 참석자들은 한국대표단의 이같은 발표내용에 대해 주로 한국의
금융개혁 추이에 관심을 표명하면서 "금융개혁이 쉽게 이뤄지겠느냐",
"금융기관의 도산문제는 어떻게 다룰 것이냐", "대기업들의 개혁이
차질없이 이뤄지겠느냐"는 등의 질문을 던졌다.

이에대해 한국측 답변자들은 "모든 것은 관련법에따라 처리될 것이며
금융기관의 도산도 예외가 있을 수 없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특히 대기업의 구조조정 문제에 대해서는 유고문이 "중요한 것은 지금까지
시장 메커니즘에 정부가 너무 간섭해 왜곡이 심화됐다는 사실"이라면서
"새 정부는 기업과 금융, 정부 모두가 자유시장 원칙에 충실할 수 밖에
없도록 경제를 운용할 것"이라고 답했다.

즉 기업 구조조정도 시장 메커니즘에 맡겨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방식을
택하지 과거처럼 정부가 칼자루를 쥐지는 않을 것이라는게 유고문의
메시지였다.

< 임혁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