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과 미소가 최대 무기입니다"

여의도 외환은행지점에서 청원경찰로 근무하는 전성희(25)씨.

반듯한 제복에 가스총까지 허리에 차 처음 보는 사람은 다소 어색하게
보기도 한다.

여성이 청원경찰업무를 보고 있는 게 생소해 남성청원경찰에 익숙했던
고객들은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처음에는 저도 어색했어요. 하지만 사소한 도움에도 고마워하는 고객들을
대하다 보면 부자연스러움은 자연스레 없어져요"

가끔씩 짓궂은 고객들이 "아가씨가 은행지켜요"라고 농담조로 말을 걸지만
은근히 태권도 유단자임을 밝히며 맞받아치기도 한다.

경비업무외에도 은행업무안내를 겸해야 하기 때문에 적당한 위엄과 친절함
이 몸에 배어 있어야 한다.

다양한 고객들이 물어오는 기본적인 은행관련 질문에 답도 해줘야 하고
혹시나 발생할지 모르는 상황에 대비해 긴장감도 유지해야 한다.

"현금인출기가 작동이 안될 때는 자상한 설명으로 짜증내는 고객들을
달랠줄도 알아야 하고 본점으로 현금이동을 할 때는 호송경비도 담당하기도
하죠"

그러나 무엇보다 그가 강조하는 것은 친절.

은행안에서 만난 적이 있는 할머니가 택시를 못잡고 쪼그리고 앉아
애태우는 모습을 우연히 보고 도움을 준 적이 있다.

그 기뻐하시는 모습에 친절의 힘을 느꼈다고 한다.

작게 베푼 친절에 고객들이 다음에 인사를 건넬 때, 여성청원경찰이라
싹싹하고 은행분위기도 한결 부드러워졌다는 얘기를 전해들었을 때도
자부심을 갖는다고.

그는 자신이 청원경찰이 되리라고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

어릴적 꿈은 선생님이었다.

어느날 아는 사람의 소개로 청원경찰복을 입게 됐다.

성격이 외향적이고 순정영화보다는 액션영화와 운동을 좋아하지만
처음에는 겁도 났단다.

부모님도 "네가 무슨"이라는 반응부터 보이셨다.

그러나 이젠 자신감이 붙었다고 그는 야무지게 말한다.

"다른 청원경찰들을 보면 어떻게 행동하고 고객에게 어떤 모습으로 친절을
베푸는가를 나도 모르게 유심히 살피게 됩니다.

걸음걸이부터 말을 건네는 것까지 배우려고 노력합니다"

결혼후에도 청원경찰로 계속 남을 것이냐는 물음에 그는 살며시 웃기만
했다.

< 김홍열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