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태양의 양기와 땅의 음기를 고루 받아야 건강하게 살 수 있다.

이는 지상에서의 생활을 전제하고 있다.

하지만 요즘엔 이용할 수 있는 땅이 워낙 제한돼 있는 만큼 지상공간 뿐만
아니라 지하공간 활용이 보편화됨으로써 부지불식간 땅속 생활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었다.

풍수에서 지하는 인간에게 영원한 휴식을 제공하는 공간, 즉 죽은자의
터전으로 보았다.

그래서 지하공간의 대표적인 건축 형태가 무덤으로 인식됐다.

이에반해 지금은 지하빌딩 지하주차장 지하도 지하상가 지하철 등 지하가
없어서는 안될 공간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것은 물론 외국에서는
지하도시까지 만든다고 한다.

그러나 지하공간은 여러가지 단점이 있다.

채광이 어려워 햇볕을 받지 못하며 밀폐된 공간의 특성상 공기 순환도
어렵다.

또 습기가 많이 찬다는 점 역시 큰 단점 중의 하나다.

이같은 환경은 풍수에서 금기로 여기는 최악의 상태이다.

그렇다면 우리 선조들의 지하공간 활용 지혜를 살펴보자.

예전엔 지하공간을 자연상태 그대로 활용했거나 돌 나무 등 자연소재로
지하공간을 축조해 일부만 활용하곤 했다.

예를들면 땅을 파서 만든 움(지하창고)에 무 고구마 감자 등을 저장해
한겨울에도 싱싱한 맛과 신선함을 그대로 유지하도록 했다.

흙에서 발산하는 지기가 저장물에 생기를 주며 항시 일정한 온도를
유지시킨다는 점에 착안한 지하공간 활용법이었다.

이는 시멘트같은 인공 소재를 배제하고 자연소재를 활용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현재의 상황은 어떠한가.

어지간한 빌딩은 지하 4~5층은 보통이고 지하 7층까지 파기도 하며
지하철도 보통 땅속 20~30m에 건설하고 있다.

게다가 건축재료도 철근 콘크리트 골조에 화학재료로 만든 방수, 페인트
등 온통 인체에 해로운 화학제품 일색이어서 자재에서 발생하는 유해가스가
가뜩이나 열악한 환경을 더욱 악화시키는 실정이다.

지하철만해도 전동차가 들고 날 때 휘날리는 먼지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방관하고 있으며 전동차 제동시 발생하는 쇳가루나 석면가루같은 암 유발
물질 등은 지하철 이용자들의 건강에 심각한 해를 주고 있다.

물론 건축공학 기술이 발달해 어느 정도 지하 공간을 쾌적하게 만드는게
가능하지만 아직도 대다수 지하공간은 열악한 환경으로 이용자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그래서 지하공간을 건설할 때 열악한 환경을 최대한도로 개선할 수 있는
구조나 설비 투자에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신선한 공기를 줄이는 충분한 환기시설과 먼지를 줄이는 방진시설, 습기를
제거하는 제습시설, 조명시설 등에도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

특히 가능하면 목재나 흙벽돌 등 자연소재를 사용하는게 바람직하다.

정광영 < 한국부동산컨설팅 대표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