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5년7월 취임이래 중앙정부와 정치권에 대한 언급을 회피해 왔던
조순 서울시장이 한보사건 수사결과가 발표되는 시점에 맞춰 정부와
정치권을 강도 높게 비판, 관심을 끌고 있다.

조시장은 19일 오전 7시30분 서울 힐튼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도산
아카데미연구원 초청 조찬세미나에서 "국제경쟁력과 지방자치"를 주제로 한
특강을 통해 "한보사태와 관련한 뇌물수수 경위를 밝히고 당사자들을
처벌하는 것 보다는 기업 자체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가 더욱 커다란
과제"라는 견해를 밝혔다.

또 "일부에서는 2조원을 추가지원해야 한다고 하지만 누가 무슨 근거로
지원할 것이며 경제성은 있는가"라고 의문을 제기, 한보철강 추가지원에
대해 정부가 명확한 입장을 밝힐 것을 촉구했다.

그는 이어 최근 정치권의 행태에 대해서도 "조선왕조시대 순조이후의
세도정치, 안동 김씨냐 풍양 조씨냐 하던 시대의 양상을 방불케하는 정치
게임을 버리도록 해야 한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관련 조시장은 이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세미나에서 말한 내용은
대부분 그동안 발표해왔던 생각을 다시 한번 정리한 것일 뿐"이라면서도
"열린 사회를 만들자면 닫힌 사회의 방법으로는 되지 않는다"고 또 한차례
정부의 발상전환을 강조했다.

임기 1년반이 지나도록 시정발전만을 언급해왔던 조시장의 이같은 변화를
두고 항간에는 여러가지 추측이 대두, 앞으로의 행보에 더욱 눈길이
모아지고 있다.

< 장유택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