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영시대를 맞아 우리 기업들의 해외 R&D투자가 활발하다.

해외 현지 생산활동이나 마케팅활동을 넘어 이제 바야흐로 연구개발분야
까지 세계화흐름을 타고 있는 것이다.

생산활동이나 마케팅활동은 현지 특성을 무시할 수 없다는게 경영의
상식으로 통한다.

이런 사정은 연구개발이라해서 예외일 수 없다.

시장규모가 크고 가장 세련된 첨단시장 가까이서 연구개발활동을
수행하는 것은 무엇보다 시간을 버는 전략으로 각광받고 있다.

특히 90년대 이후 전자 자동차 등 핵심사업을 중심으로 해외투자가
늘어나면서 최신 정보의 습득과 현지 소비자의 취향에 맞는 제품 생산을
위해 해외연구소 설립을 확대하고 있다.

연구소 설립지역도 미국이나 일본 중심에서 벗어나 중국 러시아 유럽
등으로 다변화되고 있는 추세이다.

설립분야도 전자 자동차 중심에서 차츰 중공업 항공 철강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뿐 아니라 연구소간 네트워크를 구축해 글로벌 연구체제를 갖추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자동차 분야에서는 단연 대우자동차가 해외연구분야에서 앞서가고 있다.

영국 워딩테크니컬센터와 독일연구소 등 2곳의 해외연구소를 갖고 있는
대우자동차는 연구소의 규모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특히 워딩테크니컬센터는 현지연구인력을 포함해 8백명의 연구원을
확보하고 있다.

만약 영국 워딩테크니컬센터가 없었다면 독자적인 신차 개발이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특히 올 1월 내놓을 예정인 에스페로 후속모델 J-100 개발은 이 연구소가
전담하다시피 했다.

기아자동차는 지난 95년 일본에 자동차업계로는 최초로 연구소를 설립,
미국 유럽 일본 한국 등을 연결하는 글로벌 연구네트워크를 구축했다.

기아의 일본연구소는 엔진 및 구동장치와 첨단전자부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으며 연구인력인 30명을 앞으로 5년내에 1백명으로 늘린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현재 LA디자인스튜디오 디트로이트연구소 독일연구소
일본연구소 등 해외연구소만도 4개에 이르고 있다.

현대자동차가 내놓은 스포츠 쿠페 티뷰론의 디자인은 LA디자인스튜디오가
개발한 컨셉트카 HDC-II HDC-III의 양산모델이다.

새롭게 자동차 사업에 진출한 삼성자동차는 독자모델개발을 위해 영국
메이플라워그룹의 미국IDA웨스트코스트사를 인수해 로스앤젤레스
디자인연구소를 설립했으며 올해까지 미국 일본 유럽 등에 3개연구소를
추가 설립한다는 계획이다.

전자쪽의 해외연구소 설립러시도 자동차에 못지 않다.

전자는 연구개발이 모든 것을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신기술의 파급력이 대단히 큰 분야이다.

따라서 국내 전자업체들은 해외기술연구소를 설립해 선진첨단정보를
파악하는 동시에 현지실정에 맞는 제품 및 디자인개발에 앞장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 5월 완공을 목표로 지난 95년 일본 요코하마에
종합전자연구소를 착공했다.

삼성전자는 일본연구소에 수백명의 연구 전담인력을 배치해 <>멀티미디어
기기 <>전자부품 <>통신기기 <>가전용 전기기기 등 모두 12개 분야의
전자관련 연구개발을 진행할 계획이다.

삼성전자가 이처럼 일본에 대규모 전자종합연구소를 설립키로 한 것은
전자기술의 메카인 일본에서 선진 기술을 조기에 확보해 기술선점의
메리트를 활용하겠다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

LG전자는 지난 95년 준공한 뉴캐슬의 컬러TV공장과 기존 아일랜드
디자인 법인을 연계해 "유럽형"디자인을 현지에서 조달하고 있다.

또 LG반도체는 비메모리 사업강화를 위해 현재 런던과 뒤셀도르프
등 2곳에 불과한 연구개발센터를 오는 2000년까지 동남아 유럽 미주지역
등 18곳으로 늘려 글로벌연구체제를 갖춘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대우전자는 미국 뉴저지주 린더허스트시에 첨단기술연구소를 설립하고
비메모리반도체 HDTV DVD 등 미래형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비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미국 스탠퍼드대학 부설연구소인 DSIC와
공동개발체제를 구축하는 등 산학협동망 구성도 계획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의 해외진출이 활발해지면서 90년대 들어 자동차 전자외에
환경 중공업 항공 철강 등으로 해외연구소를 설립하는 분야가 다양해지고
있다.

특히 동구권이 개방되면서 항공및 중공업분야에서 첨단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러시아 등에 연구소를 설치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삼성항공은 러시아 모스크바 물리공과대학내에 건평 2백평규모의
"모스크바연구소"를 지난 94년 설립했다.

삼성은 이 연구소에 연구인력을 장단기로 파견, 항공우주 광전자 산업기계
등의 분야에서 첨단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러시아와 공동개발을 추진하는
한편 선진기술 습득에 주력하고 있다.

대우중공업도 항공기, 굴삭기무인조종 컨트롤러등 러시아의 첨단기술을
이전받기 위해 지난 94년 "모스크바대우기술연구소"를 설립했다.

중형항공기 및 헬리콥터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대한항공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항공연구소 분원을 설치한다.

대한항공은 올초 설립예정인 샌프란시스코분원에 약 50명의 박사급
인력을 확보, 대덕 항공우주단지와 연계해 항공기 개발 분야에서
협력체제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이밖에 삼성엔지니어링은 미국 폴리테크닉대학과 손잡고 탈질.탈인공정기술
개발을 위한 미국현지환경연구소를 설립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 손상우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