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는 105년께 후한의 환관 채윤이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로부터 1천년후에야 서양에 종이와 인쇄술이 전해졌다.

나침반도 이미 한대에 만들어 지기 시작했다.

후한의 왕충이 쓴 "논형"에는 "사남을 땅에 던지면 그 자루가 남을
향한다"는 기록이 있는데, 여기서 말하는 "사남"이 바로 오늘날 나침반의
원조다.

화약 역시 한대부터 도교의 연단술에 사용되던 약품이다.

"포박자"에 나오는 이 약품은 황 초석 탄소를 섞어 만들었다.

중국인들은 이 종이 나침반 화약과 함께 인쇄술을 세계 최초로 중국에서
발명해낸 "4대발명"으로 꼽고 있다.

그리고 4대발명이 서양문명 도약에 원동력이 됐다는 자부심에 차있다.

그러나 종이 나침반 화약이 고대중국에서 발명됐다는 것은 현존하는
문헌자료나 유물 등으로 확인되고 있으나 인쇄술이 최초로 발명됐다는
결정적 증거인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인쇄물은 아직 중국에서는 발견되지
않고 있다.

지금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인쇄물로 알려져 있는 것은 한국의
국보 제126호인 "무구정광대타라니경"이다.

폭 6.5cm, 길이 6백20cm의 종이에 인쇄한 목판 두루마리로 돼 있는 이
경은 1966년 석가탑에서 발견된 것인데, 서지학자들은 석가탑이 세워진
751년 간행해 탑속에 봉안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무구정광대다라니경" 발견 이전에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인쇄물은
엉뚱하게도 771년께 간행된 일본의 "백만탑타라니"였다.

그러나 이것은 나무조각에 글자를 새겨 도장찍듯 날인한 것이어서
목판인쇄물로 보기는 어려웠다.

외신보도에 따르면 오는5월 서울에서 열리는 유네스코 국제회의에서
한국측이 세계 최초의 인쇄물이 "무구정광대다라니경"임을 공인 요구할
방침이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중국 정부가 사계의 학자들을 동원해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고 한다.

중국인들이 4대 발명중 인쇄술을 한국에 빼앗길는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을 느낀 모양이다.

중국측에서 어떻게 반론을 펴올지도 궁금하지만 무엇보다 유물보존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이처럼 실감나게 보여주는 경우도 없을듯 하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