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금융시장은 지금 미국 경제정책의 두 거물인 그린스펀과 루빈의
"선문답"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들의 한마디 한마디가 금융시장을 뒤흔드는 메가톤급 핵폭탄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화두"를 먼저 제기한 쪽은 앨런 그린스펀 FRB(중앙은행)의장.

지난 5일 저녁 기업인들을 대상으로한 모임에서 "증권시장이 지나치게
달아 오르는 것 아니냐"는 뜻의 질문을 던졌다.

평범한 내용같았지만 이는 "금리인상"을 의미하는 암호화된 메시지로
해석됐다.

다음날 세계 주식시장이 동시에 폭락했음은 물론이다.

로버트 루빈 재무장관은 그러나 8일 저녁 "그린스펀의 질문은 언제나 할수
있는 "문제제기"일 뿐"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재무장관은 주가 환율 금리수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게 관행"이라고
점잖게 받아치며..

전국으로 방송되는 NBC-TV의 "언론과의 만남"에서 였다.

루빈의 이 말은 "미국경제는 최근 몇년간 아주 좋은 모습으로 성장했고
지금도 그 연속선상에 있다"는 배경을 깔고 있다.

그는 "증시를 진정시키기 위한 어떤 정책도 펴지 않고 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린스펀 발언이후 가장 먼저 폭락장세를 연출했던 일본 증시는 루빈의
이말이 전해진 9일 급격한 반등양상을 보였다.

현재의 미국 경기에 대한 진단은 이처럼 중앙은행과 재무부가 다소 시각차
를 보이고 있다.

중앙은행은 "단기과열"로 보지만 재무부는 "안정 성장지속"이란 주장이다.

물론 루빈장관도 "토론의 여지는 있다"고 여운을 남기고 있긴 하다.

의회를 장악하고 있는 공화당은 그러나 그린스펀의 손을 들고 있다.

금융정책통인 존 캐시크 하원예산위원장(공화당)은 "경제흐름에 일종의
위기감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지금은 정부가 경제정책기조를 전환할
시점"이라고 말하고 있다.

"클린턴 행정부가 진짜 리더십을 발휘할 때가 왔다"는 지적과 함께.

공은 이제 클린턴대통령에게 넘어간 셈이다.

< 육동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