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해체이전 일본기업은 창업가족을 중심으로한 동족집단에 의해 소유
지배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기업집단들은 타회사를 지배하는 것을 주목적으로 하는 최고지주회사에
의해 통제되고 있었으며 최고지주회사는 내부적으로 동족집단에 의해
지배됐다.

지배형태는 최고지주회사(본사)가 직계자회사를 거느리고 직계자회사는
다음 준직계자회사를 거느리는 식의 피라미드형체제를 갖추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기업집단의 주식소유구조는 최고지주회사의 소유, 가족소유, 자회사간
상호보유라는 세가지 주요형태가 있었다.

미쓰이의 경우는 주로 최고지주회사와 가족에 의해 보유됐고 미쓰비시의
경우는 세부문에 의해 골고루 소유됐다.

소유형태는 기업집단마다 각각 달라 공통된 측면을 찾기가 쉽지않지만
가족이 직계자회사의 주식은 보유하나 준직계자회사의 주식은 거의 소유하지
않는 점에서는 거의 일치하고 있다.

동족집단에 의한 피라미드식 지배구조가 선명히 드러나고 있는 부분이다.

창업가족들은 이같은 형태를 통해 그룹전체를 좌지우지했다.

자회사의 임원은 원칙적으로 최고지주회사가 임명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자회사회장만 임명한 후 동회장으로 하여금 최고지주회사의 승인을 조건으로
임원을 지명케 하는 방식을 취하기도 했다.

따라서 인사권은 최고지주회사와 동족집단에 의해 완전히 장악되어 있었다.

또한 자회사들은 총대리점협정을 맺음으로써 기업집단내 상사를 통해서만
매매토록 제한을 받았다.

거래부문에 있어서도 최고지주회사는 자회사를 완전히 장악하고 있었던
것이다.

2차대전에서 승리하고 일본에 주둔한 연합군사령부는 근대적 시장경제
원리를 도입한다는 취지로 재벌해체라는 혁명적 조치를 취했다.

대부분의 생산수단을 지배하고 있는 동족기업집단을 해체해 경제력을
분산시켜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지주회사해체는 재벌해체의 최고핵심부문으로 지난 45년 11월 소위
안전(야스다)플랜 에 의해 지주회사정리위원회가 설립됐다.

이 위원회의 주요기능은 해체할 지주회사를 지정하고 주식을 다른
사람들에게 이양시키는 것이었다.

위원회는 이를위해 지주회사가 소유하고 있던 주식을 인수해 새로운
소유자에게 매각했다.

이전 소유자에게는 매각액에서 위원회운영비를 삭감한 액수만을 보상했다.

보상은 재벌가족이 다시 복귀하는 것을 방지키 위해 10년만기의 비유통
정부채권으로 지불됐다.

지주회사정리위원회는 지난 46년9월부터 47년9월까지 1년에 걸쳐 총
83개사의 지주회사를 해체대상으로 지정했다.

46년9월 미쓰이 미쓰비시 스미토모 야스다 후지산업 등 5개사가 1차로
지정됐고 46년12월에는 2차 3차에 걸쳐 40개사 및 20개사가 각각 추가로
지정됐다.

또 47년3월에는 4차로 2개사가, 47년9월에는 5차지정으로 18개사가 최종
추가됐다.

이처럼 숫자가 늘어난 것은 최고지주회사뿐아니라 주요한 준직계지주회사와
자회사의 성격을 가진 독립사업회사, 소수의 소재벌 등으로 대상이 계속
확대됐기 때문이다.

총사령부는 동족지주회사의 성격을 지니고 있으면 모두 해체대상으로
지정하는 엄격한 조치를 취했다.

지주회사정리위원회는 지주회사가 소유한 주식에 대해서는 처리권한을
가졌지만 재벌가족이 직접 소유한 주식에 대해서는 권한이 없었다.

따라서 재벌가족이 기업집단을 지배하는 것을 근절할 수 없었다.

총사령부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47년3월 지정자라는 새로운 제도를 도입해
10대재벌가족중 56명을 지정자로 선정했다.

지정자에 대해서는 지정지주회사와 똑같은 방식으로 새로운 소유자에게
주식을 이양했다.

연합군사령부는 또 자회사간의 상호주식보유를 없애기 위해 동령제567호
''회사의 증권보유제한 등에 관한 건''을 공포해 10대재벌의 자회사에
해당하는 1,200여개 제한회사를 지정하고 이들로 하여금 타회사의 주식을
처분토록 명령했다.

연합군사령부는 이와함께 재벌가족과 기업간의 인적유대를 단절시키는데도
적극 나섰다.

당시 재벌가족들은 최고지주회사를 통해 모든 자회사의 임원을 직.간접으로
임명하고 약정서에 의해 임원들로 하여금 어떤 독자적인 활동도 하지
못하도록 구속해 왔다.

뿐만아니라 최고지주회사와 자회사간 또는 자회사 상호간에 무수히 임원을
겸임시켜 상호일체감을 높여왔다.

연합군사령부는 이같은 인적유대가 재벌을 유지시키는 중요한 요인으로
판단하고 이를 와해시키기 위해 대대적인 경제계추방과 재벌동족지배배제법
제정이란 두가지 조치를 실시했다.

47년1월에 실시된 경제계추방은 현저한 독점회사 245개사(일본국내 160사
국외 85개사)에서 중요한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사람(주요임원)들을 심사를
통해 직위에서 물러나게 한 것이었다.

경제계추방대상의 주요임원은 회장 사장 전무 상무 상임감사 등을 비롯
발행주식의 10%이상을 소유한자, 경영에 직.간접 영향을 미치는 주요주주
등 폭넓은 범위에 걸쳐 있었다.

추방된 임원은 동일회사의 지정하지 않은 낮은 지위, 동일재벌내 지정하지
않은 자회사 혹은 외부회사의 최고지위로만 이직이 가능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추방자로 지정되기 이전에 미리 사직해 외부에서
영향력을 지속하는 사례가 늘어나 추방계획에 큰 차질이 발생했다.

연합군사령부는 이같은 현상은 피지정자에게만 심사가 적용된데 문제가
있다고 보고 지정회사의 모든 주요임원을 추방심사대상에 포함시키는 소위
가지정 제도까지 도입했다.

이같은 강력한 조치에 따라 1,535명에 달하는 임원들이 경제계에서 강제
추방됐다.

이중에는 직접 추방된 사람이 639명, 가지정에 의해 추방된 임원이 896명을
각각 차지했다.

재벌동족지배력배제법은 경제계추방조치에서 소홀했던 점을 보완키 위해
48년1월에 제정됐다.

이법은 재벌자회사를 최고지주회사와 얼마나 가까운가에 따라 A부터 G까지
7가지로 구분하고 A B C 3개등급회사에 대해서는 심사를 통해 임원을 강제
배제토록 했다.

A등급의 경우는 자회사의 모든 임원, B는 상무이사이상의 임원, C는 최고
대표이사의 배제가 요구됐다.

D E F G등급회사들의 경우에는 특별한 증거가 있는 사람들만 배제대상이
됐다.

이법의 적용을 받은 총피지정자수는 1,681개사 3,668명에 달했으나 이중
조치(배제)를 받은 임원은 40명에 머물렀다.

경제계추방조치에 비해 배제된 임원이 훨씬 적은 것은 실시시기가 48년으로
연합군사령부의 개혁조치가 마무리단계에 접어든 시기였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일본의 대기업그룹은 특정인물이 회사를 좌지우지하기
어려운 구조가 자리잡았다.

소위 법인자본주의로 불리는 독특한 구조가 뿌리내린 것이다.

[ 도쿄 = 이봉구특파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