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유전자조작곡물 수입 금지를 요구하는 시위가 유럽전역으로 확산
되면서 유럽연합(EU)과 미국간에 무역전쟁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환경운동단체 그린피스는 이달들어 벨기에와 독일 영국 오스트리아 등에서
미국산 유전자조작콩의 수입중단을 요구하는 시위를 잇따라 벌였다.

소비자단체들도 유럽연합의 수입승인조치를 번복키 위한 로비와 함께
관련제품의 불매운동에 본격 돌입했다.

이로써 유전자변이콩의 수입을 승인했던 EU가 최근 유전자조작옥수수의
경우 "수입보류" 방침으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언브리튼 EU대외담당집행위원장은 13일 "변이옥수수의 수입보류가
공식화될 경우 미국과 EU간에 새로운 무역마찰이 야기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유전자조작곡물은 2가지다.

미생명공학업체 몬산토사가 개발한 제초제에 내성을 갖는 유전자조작
콩과 스위스 시바사가 개발한 병충해에 강한 유전자변이옥수수.

변이옥수수의 경우 수입여부를 심사중인 EU가 수입보류방침을 정함에 따라
반대여론을 잠재울 가능성이 짙다.

그러나 유전자조작콩은 사정이 다르다.

미국 일본 캐나다에 이어 유럽연합(EU)으로부터 지난 4월 사용승인을 받은
이후 이달부터 일반 콩과 뒤섞여 유럽에 첫 반입되고 있는 것.

EU가 미국에서 수입하는 콩은 미국산 농산물수입의 25%선인 20억달러
상당에 이른다.

수입 콩은 빵과 초컬릿, 파스타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사용된다.

환경론자와 소비자단체들은 유전자조작콩 수입을 중단하거나 적어도 일반
콩과 분리해 수입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먹기 싫은 소비자에게 최소한의 선택권을 부여하자는 뜻이다.

그러나 생명공학업계는 한마디로 거절하고 있다.

유전자조작콩이 안전하기 때문에 별도로 상표를 붙이거나 유통망을 가질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분리유통에 소요되는 비용으로 인해 채산성이 악화될 것을 우려한 것이다.

양측의 이같은 대립은 유전자조작과 관련된 생명공학에 대한 뚜렷한
시각차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변이콩 수입을 허가한 EU는 생명공학을 고부가가치산업으로 인식한다.

오는 2000년부터 유전자조작물에 대해 특허권을 인정할 방침을 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또 유전자조작콩수입을 강행하는 것도 유럽이 세계시장에서 기술적 우위를
갖출 것으로 낙관하기 때문이다.

생명공학업계는 유전자 조작콩이 제초제에 대한 내성이 강해 자연히 농약
사용이 줄어 들어 환경보전에 기여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시바사는 변이옥수수의 경우 수확도 증대될 것이라고 말한다.

식량난해결의 대안이라는 것이다.

몬산토사는 유전자변이종의 함유성분, 가공과정, 안전성 등이 일반종과
동일하다는 이유로 분리유통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유럽소비자들은 이런 말을 믿지 않는다.

오히려 제초제 내성인자가 잡초에 번질 경우 "슈퍼잡초"를 번식시킬
가능성을 제기한다.

또 변이곡물들이 환경에 어떤 악영향을 끼치는지 검증되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식품업체 유니레버사는 유전자조작콩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최근 발표,
항의불길의 조기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다른 수요업체들은 사용을 강행할 태세다.

유전자조작콩사용에 대한 입장차는 EU내에도 상존한다.

대다수 유럽정부가 찬성했지만 광우병파동의 진원지 영국은 유전자조작곡물
이 가축이나 인체에 영향을 끼칠 것을 우려, 반대하고 있다.

스웨덴과 덴마크 등도 환경에 악영향을 끼칠 것을 염려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EU가 최근 소비자들의 거부요구에 굴복할 가능성을 비침으로써
EU내의 유전자곡물분쟁이 유럽과 미국간에 무역전쟁으로 비화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 유재혁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