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명문대학의 대학원 석사과정 학생들이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을
보았다.

그들의 목표는 박사과정에 진학하려는 학생들이 아니다.

그들은 기업체 입사를 위한 시험준비에 열중하는 것이다.

영국의 기업체는 대학원 석사학위 수여자를 우대하는 것이다.

영국의 기업체 입사시험은 필기시험이 아니고 면접이다.

그 면접시험이 퍽 까다롭다.

가정환경이나 대학성적,또는 상식이나 태도를 평가하는 것이 아니다.

그가 입사후 근무할 전문적이고 기능적인 문제를 중점적으로 테스트하는
것이다.

입사시험 준비를 위한 대학원생들은 기업체 입사시험 준비를 구두시험에서
튀어나온 자료를 입수하는 일에 열중한다.

그리고 그 자료로 출제경향을 분석한다.

입사시험 준비에, 석사학위 논문작성에 무척 바쁜 것이다.

독일의 경우를 보자.

정부는 매년 실업률을 발표한다.

실제 실업자는 그보다 훨씬 적다는 것이다 통계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자격증 소지자가 기업체에서 일을 하는 사원이라도 그의 전공분야에
취직이 되지 않았으면 실업률에 포함시킨다는 것이다.

전공을 중시하는 전문직사회의 표본이다.

우리의 경우는 어떤가.

영국이나 독일 등에서 우리의 유학생들도 석사과정에서 열심히 공부를
한다.

그들 가운데 정부나 공기업, 또는 대기업에서 파견된 직원들도 다수
있다.

이제 그들은 직장과 연결하여 전문인으로서의 실력을 배양한 것이다.

그들의 소원은 한결같이 귀국하여 전공에 맞는 분야에서 실력을
발휘했으면 하는 것이다.

그것은 우리의 기업이 그만큼 전공을 중요시하지 않는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외국까지 보내서 2,3년 결려 대학원 석사학위까지 취득한 사람들이
자기 전공분야에 일자리를 얻는것은 하늘의 별따기다.

인사정책이 전공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전공이 경시되는 기업풍토는 대학애서 비롯되는 것이 아닌가 한다.

대학은 2중의 수모를 받고 있는 것이다.

대학을 지원하는 입시생들이 전공을 중요시하지 않는다.

그리고 대학졸업생을 받아들일 사회가 대학의 전공을 중요시하지
않는다.

대학은 전공을 바탕으로 하는 교육기관이다.

입시생들은 명문대학합격이 우선이지 전공은 아랑곳하지 않는 것이다.

성적이 뒤진 학생들은 대학 합격만이 목표다.

그러니 입학후 취미에 맞지 않는 학과에서 열심히 공부할 의욕이
일어나지 않는다.

졸업후 진로와도 상치되니 말할 나위 없다.

더욱이 대학이 전공을 중하게 다루지 않는다.

120이상의 졸업학점 가운데 36학점이상만이 전공필수다.

교양이니 복수전공이니 해서 타분야의 학점을 이수하는 것디다.

그뿐이 아니다.

인격도야의 전당이니, 진리탐구의 상아탑이니 하여 지나치게 학문위주의
교육을 지상과제로 하고 있다.

산업사회에서 지나친 이론교육은 공리공론일 수 있다.

정보화 사회로 접어들수록 실용적 교육이 요구된다.

학문과 연구를 기본으로 하는 학자는 박사과정에서 양성된다.

일반대학의 교육 목표는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다.

그리고 국제 경쟁력을 이겨낼수 있는 전문적이고 기능적인 교육을 통해
졸업과 동시에 기업체에서 바로 그의 임무를 수행할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여야 한다.

산-학 연계성을 통해 실용적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교육 따로, 기업 따로 서로 벽을 쌓고 있다.

명문대학 우수 졸업생들이 기업에 입사하여 3년간 연수를 다시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쯤 되면 대학교육은 우스꽝스러운 꼴이된다.

전문직사회를 발전시킬 유능한 인재의 양성을 위해 경제인단체 총연합회가
나서야 한다.

그것은 기업체의 입사시험을 확대 강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의 서류전형과 면접만으로 신입사원을 채용하는 방법이 대학입시위주
교육풍토를 조성한 것이다.

현 교육제도는 교육망국의 지탄을 면할 길이 없다.

입시지옥과 과외공부의 병폐는 이루 헤아릴수 없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대학입시로 인생의 승부가 결정된다는 사실이다.

입시생들은 미성년자이다.

미성년자들의 경쟁은 자력이 아닌 타력이다.

그들은 암기력과 시험의 테크닉을 통해 우열이 가려진다.

이러한 제도는 기성세대의 청소년들에 대한 죄악인 것이다.

인생승부의 갈림길은 대학에서 사회에 진출하는 시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대학인은 성인이다.

자기의 운명은 자기가 결정짓는 시기인 것이다.

그 경쟁은 전공을 바탕으로 한다.

기업체 입사시험으로 우열을 가리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입사시험이 확대 강화되면 대학에서의 면학열이 고조된다.

대학교육은 그 입사시험의 경향에 영향을 받는다.

기업체의 입사시험은 전문적이고 기능적일수 밖에 없다.

대학의 교육은 실용적일수 밖에 없게 된다.

인생의 승부가 기업체 입사시험에서 결정짓게 되면 대학 입시위주의
교육은 자연 약화된다.

초-중-고교의 교육은 타고난 자질을 찾는 교육과 교양 인성교육으로
제자리를 찾을 것이다.

대학입시위주의 교육을 사회진출을 위한 교육으로 바꾸는 것이다.

그것이 교육개혁이다.

기업마다 입사시험을 실시하는 일이 쉽지 않다.

경총이 입사를 위한 일종의 "수능시험"을 실시하여 그 성적으로
신입사원을 선발하여야 한다.

경총이 교육개혁과 산업발전의 주체가 되는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