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곤회장은 올해 한국 기업으로서는 처음으로 100살이 된 두산그룹의
3세 경영인이다.

3대를 내려오면서도 우애 좋기로 소문난 두산그룹의 총수답게 그는
온화한 성격의 덕장형 경영가다.

동생들과 그룹 경영을 함께 이끌어 가면서 앞장서기보다는 오히려
후원하는 뒷자리에 자주 서는 것이 박회장의 습성이다.

평소생활도 각종 회의를 주재하거나 해외출장을 다니는 여느 총수와는
판이하게 다르다.

을지로 입구의 본사 집무실에서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독서삼매경속에서
보낸다.

이따금씩은 재계 원로 인사들과 골프장과 같은 한적한 곳에서 만나 그룹의
중대한 결정에 관한 자문을 구하기도 하는 선굵은 스타일의 경영인이다.

대신 40대초반인 막내동생 박용만 그룹기획조정실장에게 선뜻 중책을
맡길 만큼 젊은 층을 끔찍이도 좋아하고 키워주려 한다.

또 영문 이니셜을 따 "두산의 YS"로 불리는 동생 박용성 부회장에게
대외 교섭창구로서의 힘을 실어주는 등 권한을 집중시키지 않고 될수록
나눠주는 "권력 분배형"이다.

한마디로 자신의 개인 치적을 초월해 그룹 전체의 대의를 존중하는
"큰나무형"이다.

바람을 막아주고 그늘을 제공해 주는 역할에 만족하는 것같다.

< 심상민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