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이 전세 비행기를 "창공의 사무실"로 이용해 세계를 누비고 있다.

해외진출이 늘어나면서 해외현지 전략회의나 경진대회, 현지공장 준공식
등 대규모 인원이 참여하는 행사 때 정기 항공편 대신 비행기를 전세내
이동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

미국 유럽등과 달리 최근 들어 국내기업이 대거 진출하고 있는 동구권
중국 동남아 등은 정기항공편이 많지않아 비행기표를 구하기 쉽지않은데다
1백명이상의 인원이 움직일 경우엔 값도 전세기를 이용하는게 싸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에는 "전세기를 몰고올 정도는 된다"는 사세과시도 있다.

대우중공업은 지난달 28일 중국 산동성 연대시의 중장비공장 준공식 때
중국 동방항공의 1백40인승급 비행기를 전세냈다.

그룹사와 계열사 임원진 기자단 납품업체대표 외국인 딜러 등을 합쳐
준공식 참석자가 1백30여명에 달하는데다 중국내 항공편이 여의치않아
전세기를 이용한 것이다.

"정기 노선을 탈 때보다 항공요금이 20%이상 싸게 드는데다 1백명이
넘는 방문단을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었다"고 이 회사 관계자는 말했다.

전세기 항공 요금은 인원이 많고 비행기가 대형일수록 더욱 내려간다.

한국생산성본부가 오는 24일부터 3박4일간 일본 삿포르에서 여는
최고경영자 세미나의 참석자는 1백60명.

생산성본부는 대한항공 전세기를 얻기로 하고 가격 협의를 한 결과
정가인 56만8천원(1인 왕복 요금 기준)보다 29%정도가 싼 40만원선에서
협의를 끝낸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사도 "요금 수입" 때문에 전세기를 적극 권장하고 있다.

"7, 8월을 제외한 비수기에는 탑승율이 80%를 밑도는 경우가 허다해
거의 1백% 탑승을 보장할 수 있는 전세기가 항공사로서도 이익"(대한항공
영업본부 L차장)이란 설명이다.

또 전세기는 지정 노선 운항 스케줄만 책임지고 나머지 기간은 대기
시간없이 다른 노선에 배치할 수 있어 이래 저래 이득인 셈이다.

기업들이 전세기를 이용하는 또하나의 이유로 "인원 통제가 편리하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정기선을 이용할 경우 제한된 관리요원으로는 감당하기 힘들뿐만 아니라
시간 지연이 심하다는 얘기다.

전세기는 또 그룹 홍보를 위한 "전용 공간"으로 각광받고 있다.

16일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로 출발한 대우자동차 전세기는 비행 도중
기내에서 대우 그룹의 세계 경영 활동상을 담은 영상물을 상영했다.

그룹 임직원에겐 같은 회사 동료라는 동질감을 고취시키는 동시에
외부 초청자들에게는 그룹 이미지를 적극 알린다는 취지다.

인기탈렌트까지 동행한 이 우주베키스탄 타슈켄트 출장에는 1백90인승
일류신기가 동원됐다.

대우는 특히 지난 3월말 폴란드 FSO자동차공장 준공식 행사때도 폴란드
국내 이동을 위해 현지 항공사의 전세기를 빌리기도 하는 등 대표적
"챠터"가 됐다.

지난해엔 루마니아의 로대자동차공장 준공식때 현지에서 2백인승
보잉 767기를 전세냈었다.

김우중회장은 동유럽 지역 이동시 수시로 20 30인승 제트기를 전세내기도
한다.

다른 대기업 그룹들도 전세기를 선호하기는 마찬가지.

LG그룹은 지난 2월초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가진 그룹 스킬경진대회를
위해 대한항공의 747점보기를 왕복편으로 빌려 4백여명의 그룹 임직원등을
동원하기도 했다.

삼성그룹은 지난 4월 텍사스 오스틴 반도체 공장 준공식때 현지 항공사의
전세기를 이용 샌디에고로 이동하기도 했다.

한화그룹도 지난달 22일 강원도 속초에서 "비젼 96 매체 설명회"를 위해
대한항공 전세기를 빌려 1백50명의 광고주들을 수송했었다.

이밖에 중견기업중에는 의류업체인 보성어패럴이 지난달말 사내행사를
위해 2백여명이 대한항공 전세기를 타고 사이판을 다녀 오기도 했다.

대한상의와 전경련이 해마다 갖고 있는 하계 제주도 경영자대학
행사때도 왕복 운항은 늘 전세기가 담당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해외 본사 서울 지사"란 말이 나올 정도로 기업 해외
진출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는 요즘, 점차 확산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항공 업계는 기업 등이 국내 항공사 전세기를 이용하는 횟수가 올해는
대략 10회정도에 이르고 내년에는 20회 정도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앞으로는 중대형여객기를 장기 임대하거나 아예 직도입하는 그룹사들도
생겨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의 세계화 추세에 따라 전세기를 통해 비행중에도 업무를 보고
대외홍보도 하는 "플라이트 비즈니스"는 앞으로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 심상민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