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나 회사 근처에 탁아소가 있어 거기에 맡겼다면 아기에게 덜 미안했을
거예요. 갓 낳았을 때부터 제손으로 키우지 못해 늘 마음이 무겁습니다"

동양그룹 종합조정실에 근무하는 강민정씨(26)는 생후 7개월인 첫딸
남경이를 현재 안산에 사는 사촌언니에게 맡겨 키우고 있는 "주말 엄마"다.

사촌언니가 워낙 아이를 좋아해 마음은 놓이지만 아무래도 엄마된 도리를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강씨는 말한다.

지난 94년 한라시멘트에 근무하는 이윤형대리(30)와 결혼한 강씨는 작년
8월 첫아이를 낳으면서 "육아문제"로 적지않게 고민해야 했다.

출산전 아이를 돌봐주기로 했던 이웃 아주머니가 갑자기 사정이 생겨
맡아줄 수 없게된 것.

그때부터 시설이 괜찮다는 유명 탁아소도 찾아가 보고 전문탁아모를 소개해
준다는 여성단체에도 문을 두드려 봤지만 모두 조건이 안 맞았다.

"친정과 시집이 모두 춘천인데다 부모님들도 아이를 길러주실 형편이 못돼
난감하더군요. 다행히 안산의 사촌언니가 흔쾌히 아이를 봐주겠다고 나서
탁아문제는 해결했지만 주말 엄마 신세는 못면하게 됐지요"

금요일밤 아이를 서울 잠실 집으로 데려와 이틀밤을 재우고 일요일 오후에
다시 안산으로 데려간다는 강씨는 아이가 오히려 자기 집을 낯설어 할때가
가장 마음 아프다.

"처음엔 집에 데려와 재웠는데 새벽에 자지러지듯 울어 병원 응급실로
달려갔었습니다. 어디가 아픈게 아니라 잠자리가 바뀌어 운 것이라는 의사의
설명을 듣고 집에 오니 잠이 안오더군요"

그래도 강씨는 남편이 일하는 자신을 이해해줘 고맙기만하다.

"아이 맡길 곳을 못찾고 이리뛰고 저리뛸때는 "차라리 직장을 그만두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었죠. 하지만 아내가 자기 일을 보람있게 하는데
남편이라고 해서 이래라 저래라 할 순 없지 않습니까. 맞벌이 부부들이
마음놓고 아이를 맡길데가 적은 현실을 원망할 수 밖에요"

남편 이씨의 말이다.

<차병석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