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웅 < 현대경제사회연구원 원장 >

정부가 국민복지의 기본틀을 제시했다.

새해 대통령의 국정연설에서 "삶의 질"을 국정지표로 선언한데 이어 정부가
내놓은 "21세기 국민복지의 기본구상"은 2000년대 국민복지의 청사진을
밝히고 있다.

국민총생산(GNP)이 세계11위, 무역규모가 세계12위의 우리경제력이나 경제
규모에 비교한다면 세계32위의 복지수준은 상대적으로 크게 뒤처진 느낌
이다.

견해에 따라서는 이와같은 불균형현상은 선성장 후분배라는 경제개발전략의
결과 때문이고, 이제는 복지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복지정책 방향과 관련하여 잘못 이해하기 쉬운 몇가지 오류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우선 성장과 복지는 대체적 성격의 정책선택이 될수 없다는 사실이다.

경제적 효율이나 성장 못지않게 경제적 형평은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의 경제발전수준에서는 이 두가지 경제정책목표를 대체관계가
아닌 보완관계의 측면에서 파악해야 한다.

생산성 증가에 의한 경제성장 없이는 복지의 구체적 실현이 어렵다는
너무나 당연한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그런 의미에서 아직은 거시적으로 물가안정과 고용의 기회를 확대하여
국민생활의 안정과 상수도오염등 공해를 방지하는 쾌적한 생활환경유지가
우리 복지내용의 기본이 된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또한 복지정책이라고 하면 흔히 경기불황으로 실업이 발생할때 노동자에게
취업알선및 실업수당을 지불하거나 국민 모두에게 의료적 혜택을 보장하고
빈민층에게는 생활보조를 지원하는등의 물질적 복지를 그 전부라고 생각하기
쉽다.

물론 물질적 생활요소가 인간다운 생활의 주요내용은 되겠지만 이것이
인간행복의 충분조건은 아니다.

인간은 본질상 사회적 존재인 동시에 정신적 주체이기 때문에 남과 함께
공존한다는 공동체의식의 공감대를 넓히고 일하는 기쁨과 창조적 생활의
희열을 증대시키는 정신적 복지에 역점을 두어야 한다.

공동체의 일체감속에 살면서 같이 기뻐하고 슬퍼할수 있을때, 또 다른
사람으로 인해 자신의 존재를 확인할수 있는 정신적 위안감이 충만할때
사람은 참 행복한 것이다.

더욱이 복지경제의 핵심이 인간다운 생활의 보장이라고 한다면 건강한
인간이 땀흘려 일하는 근로기회를 갖는것만큼 큰 복지는 없다.

우리나라는 스웨덴식의 물질적 복지가 아니라 인간관계를 소중히 여기는
우리의 가족제도의 장점을 살리는 정신적 복지를 강조할 필요가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