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욕=박영배특파원 ]

뉴욕이나 뉴저지의 몰(대형쇼핑센터)에 가면 30~50% 심지어는 80%까지
세일하는 의류광고가 청문 가득 붙어있다.

급기야는 가계 앞에까지 물건을 내놓고 대폭세일을 강조하기도 한다.

크리스마스대목이 끝나면 으례하는 세일이지만 올해는 그 강도가 다르다.

요란한 세일광고와는 달리 가게안은 허전하기만 하다.

한 의류상은 "소매업자의 탄식"을 다음과 같이 들려준다.

"90년대 들어 우리는 더 열심히 일하고 있으나 갈수록 내리막 길이다.
나날이 초라해져 가는 느낌뿐이다. 이제 패션은 온데간데 없고 소매상의
대학살이 진행중이다"

그의 말을 확인이라도 하듯 새해 들어서면서 뉴욕에 있는 바니백화점
체인이 파산보호신청에 들어갔다.

미국의 소매업계는 일순 긴장감에 휩싸였다.

올것이 왔다는 식의 위기의식을 느끼기까지 한 것이다.

부유층이 드나드는 바니는 뉴욕 일원에서는 명성을 날리고 있는 백화점
체인이다.

이런 백화점도 하루 아침에 문을 닫을 지경이 되자 그 충격이 크다.

뿐만 아니다.

미동부 지역에서 유수한 소매체인으로 이름난 칼도도 얼마전 간판을
내렸다.

이유는 말할 것도 없이 불경기로 인한 적자 때문.

이러한 예는 부지기수다.

올해 미국에서는 무려 7천개에 이르는 소매점들이 문을 닫을 것으로 한
유통전문가는 전망한다.

그러면 왜 유독 의류 소매업체들 부터 불경기의 희생양이 되고 있는가.

첫째 여성들이 과거처럼 일자리를 찾아나서지 않는다는 점이다.

여성의 취업에 따르는 부대비용, 즉 탁아시설이나 육아원비용, 또 교통비
의류비등을 계상할 때 여성소득의 80%를 차지한다는 것이다.

그래 남은 20%의 소득을 위해 굳이 고생할 필용가 있겠느냐는 얘기다.

소득이 적어지니 그만큼 씀씀이를 줄이는 긴축가계를 운영할 수 밖에.

지난 70년, 80년대에는 직장을 찾는 여성이 해마다 3%씩 늘어났으나 지난
3년은 통틀어 봐야 0.6% 증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여성의 수가 90년과 비교 할때 별 차이가 없다.

그 해의 경기침체가 직업여성의 수를 감소시켰는데 그러한 추세가 그후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둘째는 미국인들이 모양보다는 실용성위주로 생활 패턴이 변해간다는
것이다.

사람들의 일하는 스타일이 변해 정장이 아닌 캐쥬얼을 일반적으로 선택
한다.

또 바겐세일을 하는 디스카운트 스토어의 이용이 늘어나는 것도 기존
소매상들의 몰락을 가속화 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셋째는 기업의 기구축소를 들 수 있다.

따라서 실적이 두려운 월급쟁이들은 직장에서 일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상대적으로 쇼핑과 같은 여가를 즐길 시간이 줄어든 것이다.

게다가 컴퓨터가 직장인들을 사무실로부터 해방시켜 주었다.

현재 미국 근로인구의 6%가량이 재택근무를 하는 걸로 나타났다.

옷에 신경 쓸 필요가 없는 것이다.

미국리서치그룹의 창립자인 비머씨는 "소비자가 경제를 침목시키고 있다"
고까지 말하고 있다.

앞으로 의류소매업자들은 수요가 있는 서비스산업으로 옮겨가야 할
것이라고 호켄슨박사(루프킨 & 젠레트증권)는 조언한다.

그는 향후 10년동안에 가장 빠른 성장이 예상되는 산업으로 건강 재부
레저 여행등을 꼽았다.

소매업자들은 일 열심히 하면서 돈을 펑펑 쓰고, 그러면서 맵시도 낼 줄
알았던 오래전의 미국인을 못잊어 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