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로 진행되어 세계시장에서 국가이미지가 실추되고 있는 가운데 행정
권력의 핵심부에서는 이를 "정부의 의도대로 개혁작업을 추진할 수 있는
적기"로 보고 기업경영에 대한 규제와 소유주권한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려
하고 있다.
이홍구국무총리는 지난 14일 기자들과 만나 대기업그룹내의 감사와 이사,
공인회계사등이 제역할을 다하지 못하여 정경유착이 근절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외부이사제및 사외감사제 도입을 다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총리실과 세계화추진위원회가 중심이 되어 추진되다가 현실성이
없다고 판단되어 지난 9월 정부 스스로 철회했던 "대기업 그룹경영체제
개선안"이 다시 수면위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 발언에 재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대기업규제정책을 정경유착의 근절수단으로 정부가 나서서 한번 정당화
시키면 비자금 사건에 대한 처벌은 물론 앞으로 더 많은 기업활동규제를
감수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우리나라 경제현실로 볼때 차별적인 대기업규제가 국가경쟁력강화나
세계화 국정목표 달성에 도움이 안된다고 판단하여 정부스스로가 철회했는데
비자금사건 수사를 계기로 이제 대기업을 또다시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게
아니냐는 우려이다.
검찰도 기업인도 이번 비자금사건 수사에서 충격을 받고 있다.
부정축재의 규모가 엄청나며 주로 대기업들을 상대로 긁어모았으며
대통령직에 있는 사람이 직접 챙겼음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조성된 자금의 규모가 크니 돈준 기업인은 불법과 탈세로 정부를 더럽힐
수밖에 없었다.
정부가 국책사업에서 부터 산업정채에 이르기까지 모든것을 주도하니
기업은 끌려다니며 정부에 매달릴 수 밖에 없었다.
더구나 국가의 최고 통치권자가 요구하는 돈이니 법을 어기는 것보다
거부했을 때 받게되는 미움을 더 무서워했을 것임을 부인할 사람, 모를
사람이 관연 우리사회에 몇이나 있을까.
세계시장을 상대로 기업활동을 벌이고 있는 대기업 그룹총수들이니
지금처럼 세상에 드러났을 때 받게될 기업이미지 손상과 사업타격도
예상했었을 터인데도.
문제는 기업을 더 철저히 감시하고 기업의 소유나 경영에 아무 책임이
없고 책임을 지지도 않는 정부가 더욱 엄격하게 규제하는 방향에 정경
유착의 근절방안과 노씨 비리의 해법을 찾으려는 정부관료의 발상에 있다.
이제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첫째 바람직한 한국의 대기업 그룹경영의 틀을 기업스스로 갖추어
나가도록 해야 하며 고객과 주주에 의한 감시가 시장을 통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정부의 행정개입의도를 대리하는 외부감시제도는 기업의 활력과 경영효율을
떨어 뜨릴 위험이 많다.
둘째 그룹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국내시장의 개방을 확대하고
경쟁력 있는 선진 다국적기업의 국내진출을 적극 추진하여야 한다.
정부가 우려하는 독점력이 존재한다면 이는 정부 행정력이 맞싸울 일이
아니고 시장에 새로운 경쟁자를 유입시켜 시장의 경쟁압력으로 대기업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셋째 대기업집단의 사회적 책임과 그룹총수의 기업윤리는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이들의 비중이 이미 그들의 행위를 구속해왔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최대한 기업인 스스로에게 맡기는게 옳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