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핼리팩스에서 열린 제21차 선진7개국(G7) 정상회담이 16일 경제
선언을 채택한데 이어 17일 정치문제에 관한 의장성명을 발표한뒤 폐막됐다.

G7은 세계경제를 좌지우지하는 국가들이어서 이들 국가의 정상들이
만난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항상 세계의 이목을 끌어왔다.

하지만 G7 연례정상회담은 그동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추상적인
원칙론만을 제시하는 수준에 머물렀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번 핼리팩스 회담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난해의 나폴리회동 이후 국제경제환경이 급변했음에도 선진국들이
자국의 이해득실에만 매달리는 바람에 세계경제여건 변화에 효율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인상을 지울수가 없다.

나폴리 정상회담이후 멕시코의 페소화폭락사태로 국제 금융위기가
발생했는가 하면 이의 여파로 미달러화약세가 이어져 환율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WTO(세계무역기구)출범과 동시에 자국이익우선주의가 확산되면서
미.일 자동차분쟁과 같은 무역전쟁 분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이다.

G7 국가들간에 정책적인 협조를 통해서만 해결될수 있는 경제현안들이
산처럼 쌓여 있는 데도 이번에 G7 정상들이 내놓은 경제선언을 보면
이들이 과연 세계경제 현안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 조차 의심스러울
정도다.

이번 경제선언에는 고용확대 달러값유지 빈국지원 환경부문협력강화와
같은 단골 메뉴가 골자를 이루고 있으며 국제 경제기구의 개편문제도
언급됐다.

언제나 그렇듯이 국제적인 경제문제에 대해서는 그저 우려를 표시하는
선에서 어물쩍 넘어가 버린 것이다.

다만 이번에 한가지 색다른 내용이 있다면 그것은 멕시코 사태와
같은 외환위기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국제통화기금(IMF)의
기능을 대폭 강화했다는 점이다.

이른바 조기경보체제를 통해 IMF가 개별 국가의 경제상황을 수시
점검해 공표하고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는 국가에 대해서는 경제정책을
수정하도록 권고한다는 것이다.

G7의 이 제의는 지금까지 국제 금융통화제도에서 자유주의를 근간으로
해온 브레튼우즈체제가 본격적으로 관리통제위주로 변질되는게 아닌가
하는 점에서 주목된다.

세계 경제통합이 빠르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한 나라의 외환위기가
연쇄적으로 다른나라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G7의 이번 제의는
일단 수긍할수 있는 면도 없지 않다.

그러나 다른 한편이 제안은 선진국들이 IMF를 통해 다른 나라의
경제주권까지 침범할수도 있다는 점에서 경계를 요한다.

필요할 경우 다른 나라의 곳간까지도 들여다 보겠다는 얘기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경제선언은 또 긴급 금융구제를 위해 IMF지분율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는 일반차입협정(GAB)출연금을 현행보다 2배로 늘리되 증액분을
한국등에 분담시킬 계획임을 피력했다고 한다.

돈은 G7밖의 국가들이 대고 생색은 선진국들이 내겠다는 발상이다.

국제 외환위기의 재발방지기금을 한국등에 분담시키기로 한 G7의
결정은 아무래도 황당한듯한 느낌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18일자).